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의 과잉 생산 억제를 겨냥한 서방의 압박이 유럽연합(EU)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한국으로선 전 세계를 휩쓰는 보호무역 기조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등 단일 경제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끊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주요 수출입국을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어떻게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새로운 수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분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동서양의 교차로 역할을 해왔다. 폴란드는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정보기술(IT), 생명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어내며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리적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폴란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 폴란드 간 무역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양국의 교역액이 114억 달러(약 15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두 나라가 수교를 맺은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는 한국과 폴란드가 수교를 맺은 지 35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과 폴란드는 1989년 수교를 맺었고, 2013년에는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했다. 이후 폴란드는 한국의 유럽 내 주요 무역 및 투자 파트너로, 한국은 폴란드에서 가장 큰 아시아 투자국으로 성장했다. 한국 기업들은 폴란드에 대규모 공장을 세워 현지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야체크 톰차크(Jacek Tomczak)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차관은 한국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은 폴란드의 가장 큰 아시아 외국 투자자”라면서 “한국은 20년 동안 거의 3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폴란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위 분야에서 한국과 더 많은 협력을 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양국 고위급 관계자들 간의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야체크 톰차크(Jacek Tomczak)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차관.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제공

-1989년 수교를 맺은 이후 폴란드와 한국은 중요한 무역 동반자로 성장했다. 폴란드에서 한국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나?

“한국은 폴란드의 가장 큰 아시아 외국 투자자다. 최근 들어 폴란드와 한국의 관계가 더 좋아진 만큼 한국은 폴란드에 중요한 나라다.

폴란드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전자, 자동차, 방위 산업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선두 주자이자, 현대적이고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로 인식된다. 폴란드인들은 한국 제품을 신뢰하며 높은 품질과 혁신성에 감탄한다.”

-한국이 가장 큰 아시아 외국 투자자라고 했는데,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몇 가지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명하겠다. 최근 몇 년 동안 폴란드와 한국의 무역 거래는 역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폴란드의 대(對)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9억7270만 달러(약 1조3003억원)를 기록했고, 수입은 전년 대비 13.6% 증가해 거의 104억 달러(약 14조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국과 폴란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거래하면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 사례를 말하자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우카시에비치(Lukasiewicz)-PIAP의 로봇 쇼룸 행사다. 우리는 이런 협력을 더 많이 하기를 기대한다.”

PIAP는 산업과 군사 분야에서 사용되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소로, 국방 기술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PIAP가 개발한 PIAP GRYF라는 로봇은 위험한 물체를 탐지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비로, 군사와 민간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한국과 폴란드는 방산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지 않나.

“우리는 한국을 폴란드 군대의 기술적 변혁 과정과 억지력 구축, 그리고 국가 방위 능력 강화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폴란드는 방위 분야에서 한국과 더 생산적인 협력을 하고 싶다.

폴란드 방산 관련 기업들이 무기 정비 및 수리, 향후 개조 과정에 장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나아가 폴란드 내에서 공동 생산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추가적인 협력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 무기를 획득했거나 획득할 계획이 있는 지역 파트너들에게 정비 서비스, 수리, 생산 등의 역량을 공동으로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방산 외에 주요 수출·수입품은 무엇인가

“전자 제품, 자동차, 자동차 부품, 화학 및 제약 제품도 한국과 많이 거래하는 품목이다. 잠재적으로는 차세대 배터리 및 전기차(EV),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한국과 무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 제품의 장단점을 설명해 줄 수 있나.

한국 제품은 고품질, 첨단 기술, 혁신 및 신뢰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다른 국가의 제품에 비해 비싼 것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애프터 서비스와 해외 시장에서의 예비 부품 가용성 부분에서 리스크가 있다.”

-올해는 폴란드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폴란드가 특별히 주목하는 무역 분야가 있나?

“올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정보기술(IT)과 정보통신기술(ICT)이다. 폴란드는 EU 지원을 활용해 스타트업 생태계와 최첨단 연구소를 육성하고 있다.

또 중요하게 보는 분야는 녹색 기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폴란드는 재생에너지와 환경 보호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아울러 EU 내에서 투자가 증가하고 협력이 많아진 생명 과학 부문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여기에는 바이오 기술과 제약 산업이 포함된다.”

-폴란드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들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거의 77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했고, 이 과정에서 3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오랜 기간 폴란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나타낸 덕분에 폴란드는 다양한 제도의 혜택을 주고 있다. 폴란드의 ‘2011~2030 전략적 투자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폴란드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현지 시장과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현지 연구개발 센터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폴란드의 ‘2011~2030년 전략적 투자 지원 프로그램’은 폴란드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설계된 정책이다. 이 프로그램은 폴란드의 전략적 산업 및 분야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과 폴란드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양국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리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

“일단 양국이 무역과 투자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의 고위급 관계자 간의 대화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폴란드는 현재 상당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 투자자들이 수입하는 자재 때문이기도 한데, 폴란드는 불리한 무역 균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 당국의 이해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양자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길 기원한다.”

-추가로 할 말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한국과의 무역 및 투자 협력에 대한 폴란드의 헌신을 강조하고 싶다. 폴란드는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잠재적인 분야가 많다.

최근 LOT 폴란드 항공이 바르샤바와 브로츠와프에서 서울로 직항하는 노선을 제공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고, 이 기회를 이용해 서로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한국인이 폴란드를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