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발머 전(前)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빌 게이츠 MS 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6위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MS 주가가 올해에만 20% 넘게 급등한 결과다.

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발머 전 CEO의 재산은 1572억 달러(약 218조7438억 원)에 달한다. 바머 전 CEO의 자산은 게이츠(1567억 달러, 7위)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지난 2000년, 당시 MS 회장이었던 빌 게이츠(왼쪽)와 스티브 발머 사장 겸 CEO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AP 연합뉴스

두 사람의 자산 규모가 뒤집어진 건 MS 주식 때문이다. 발머 전 CEO의 자산 중 약 90%는 MS 주식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460억 달러(약 203조1590억 원)상당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발머 전 CEO는 MS 지분 약 4%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MS는 올해 들어 주가가 21.5% 상승했고, 발머 전 CEO 자산 가치를 끌어올렸다. 발머 전 CEO는 지난 2014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내가 죽지 않는 한 MS 주식을 소유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게이츠는 MS를 떠난 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이에 게이츠가 보유한 MS 주식 가치는 300억 달러(약 41조7450억 원) 미만이다. 게이츠의 재산 절반가량은 MS 주식 매각액과 배당금으로 그가 만든 투자사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Cascade Investment)가 관리한다. 또한 게이츠는 자선 활동에 집중하면서 자산을 줄이는 중이다. 게이츠는 전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함께 750억달러(약 104조3625억 원) 규모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바 있다. 이들은 재단 설립 후 20여 년간 600억 달러(약 83조4900억 원)를 기부했다.

발머 전 CEO는 1980년 MS의 30번째 직원으로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발머 전 CEO는 MS 주식을 단 한 주도 받지 못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중퇴한 발머 전 CEO는 게이츠의 비서로 업무를 시작했고, 직함은 ‘비즈니스 매니저’에 불과했다. 다만, 게이츠와 MS 공동창업자 폴 앨런은 발머 전 CEO 입사 당시 연봉 5만 달러에, 그가 창출한 이익 성장분의 10%를 추가로 주기로 합의했다.

한편, 발머 전 CEO는 2000년부터 14년간 MS CEO를 역임하며 회사를 이끌었다. 2014년 은퇴 후 같은 해 MS의 최대 주주가 됐다. 그는 2014년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인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를 20억 달러(약 2조783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46억 달러의 가치다. 블룸버그는 “성공적 투자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