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밖으로 내딛자 마자 뺨을 때리는 뜨거운 사막 바람이 중동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한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기는 무더운 날씨에 한국에서 챙겨 온 ‘손풍기’(손+선풍기의 합성어)도 무용지물이었다. 다행히 습도는 낮아 불쾌지수는 낮은 편이다. 내리쬐는 태양볕만 피하면 살만하다고 느껴졌다. 공항 내부는 쌀쌀할 정도로 거센 에어컨 바람, 여기에 벽시계는 모두 고급 시계브랜드 롤렉스인 것을 보고 ‘오일 머니’가 흐르는 곳, 그중에서도 최근 급부상 중인 아부다비에 왔음을 실감했다.

세계 7위의 석유 매장국이자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 UAE는 7개의 토후국(emirate)으로 이루어진 국가다. UAE의 도시 중 한국에 가장 익숙하고 많이 알려진 도시는 두바이지만, 사실 UAE의 수도는 아부다비다. 미국 뉴욕이 두바이라면, 아부다비는 워싱턴에 비유할 수 있다. 두바이가 UAE의 경제수도라면 아부다비는 각종 관공서 및 대사관이 몰려 있는 UAE의 정치 수도다.

지난해 두바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05만명. 두바이 인구가 354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5배에 가까운 관광객이 두바이를 찾았다. 그 옆 도시인 아부다비는 두바이의 이같은 성장을 그대로 답습했다. 특히 아부다비의 공격적인 관광 인프라 확대는 눈여겨볼 만하다. 아부다비에는 UAE의 토착 문화가 아니지만 전세계인들이 모두 알고 있는 페라리월드, 워너브라더스 호텔처럼 오직 아부다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유명한 랜드마크들이 있다.

관광 산업의 부흥은 곧 경제로 이어진다. 지금껏 석유에 의존했고 석유 수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전세계에 ‘부자 나라’라는 인식을 만들었던 아부다비는 수년 전부터 국가발전 비전 및 탈석유 전략에 따라 경제 다각화에 나섰다. 자원 고갈 및 기후 위기라는 세계 흐름에 따라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수십년 전부터 아부다비는 정부차원에서 관광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올해 기준 아부다비는 전년 대비 54%의 해외 관광객들이 늘었고 호텔 투숙객 수도 26% 증가했는데, 이는 아랍에미리트 GDP에 약 490억 디르함(약 18조원)을 기여한 수준이다.

루브르 아부다비의 돔 내부./민서연 기자

◇아부다비가 공들인 사디야트 문화지구의 꽃, 루브르 아부다비

아부다비의 탈석유 전략을 살펴보면, 고성장 분야 인재 및 스타트업을 모시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국 뉴욕대학(NYU), 프랑스 소르본대학 등 서구의 명문대학들을 유치하는 등 분야 별로 다양하다. 하지만 세계인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관광 분야 전략인 사디야트 문화지구에 있다. 사디야트 문화지구는 루브르 아부다비를 필두로 세계 최대의 문화 자산을 아부다비 중심지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약 270만㎡의 사디야트 섬에 모아 놓은 문화 특구다.

사디야트 문화지구 내 모든 건축물이 거대하고 경이로웠지만, 루브르 아부다비만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도 없었다. 인근 건물들이 대부분 1, 2층에 불과하기에 반경 1킬로미터 밖에서도 눈에 띄었던 루브르 아부다비는 드넓은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돔 형태로, 마치 우주선같은 느낌도 들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돔의 크기는 직경 180m, 무게는 약 7000톤(t)에 이른다. 이 돔은 단순한 철제 돔이 아니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손을 통해 아랍의 전통 별 문양인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주조된 여러개의 알루미늄 그물이 겹쳐져 있는데, 덕분에 해가 내리쬐는 낮이면 7580개의 그물망 틈 사이로 수천개의 빛줄기가 내려와 장관을 연출한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분관이다. 작품들은 아부다비 정부가 사들였거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빌려왔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선사시대부터 르네상스, 근현대 예술작품까지 방대한 시대의 유물과 예술품을 알차게 들여놓았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나절은 소모될 듯 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지막 작품, ‘세례자 요한’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빌려온 이 작품은 올해까지만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시기별로 다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루브르 아부다비의 매력 중 하나였다.

방문 시점에 사디야트 지구에서 가장 거대하고 눈에 띄는 건축물은 루브르 아부다비였지만, 추후에도 여전히 루브르일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사디야트 문화지구에는 앞으로 총 8개의 대형 박물관 및 미술관이 모일 예정이며,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표적으로는 스페인 빌바오와 미국 뉴욕에 이어 아부다비에 들어서는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을 설계한 해체주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다시 한번 설계를 맡았다.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선두주자인 일본 팀랩은 1만7000㎡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팀랩 페노메나’를 사디야트 문화지구에 건설하고 있다.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EPA

◇중동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자랑하는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세계의 문화를 ‘오일 파워’로 사들인 아부다비에도 중동 만의 역사가 숨쉬는 랜드마크가 있다. UAE 최대 규모이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모스크 순위를 꼽을 때 이름이 빠지지 않는 모스크,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다. 셰이크 자이드 UAE 초대 대통령이 아랍 국가들의 화합을 기원하기 위해 2007년 건립한 이슬람 사원으로, 82개의 크고 작은 흰색 돔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모스크다.

모스크의 크기는 축구장 5배 이상, 기도실은 4만 명이 한번에 예배를 볼 수 있다. 아부다비 관광청의 배려로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기도실 내부까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기도실 내부에는 커다랗고 수만가지 색을 뿜는 샹들리에 세개와 세계에서 가장 큰 한장짜리 규모의 양탄자가 깔려있었다. 그중 가장 큰 샹들리에는 코끼리 12마리의 무게와 맞먹을 정도로,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인도 웅장함과 경이로움에 말문이 막혔다.

아부다비가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세계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 차원의 문화와 관광을 함께 발전시키는 종합 로드맵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가 2004년 발표한 ‘아부다비 경제발전 비전 2030′에 따라 아부다비 정부는 사디야트 섬을 국제 관광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초기 자본금만 1억 디르함(약 270만 달러)을 투자했다. 진행하면서 어려움도 컸다. 특히 코로나 사태 발발 당시에는 2017년 개관한 지 만 2년도 되지 않은 루브르 아부다비가 관광객을 맞지도 못하고 라이센스 비용만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

초기 비용 만으로 한화로 1조5000억원을 들이고 유지를 위해서도 연간 수조원의 돈이 들어가지만 아부다비 정부는 이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 결과 루브르 아부다비는 전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건축물이자 아부다비 여행시 반드시 들려야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나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건축물의 특정한 스팟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는데, 사진 한 장 찍고자 한 나라에서만 수십명의 단체 관광객이 방문하게 만드는 랜드마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입국 심사 후 1GB의 무료 여행자 유심을 제공한다. 랜드마크 곳곳에는 반드시 영어 가이드가 존재한다. 그만큼 관광객에게 힘을 쏟는 나라라는 게 느껴졌다. 이와 함께 아부다비 관광청은 올해부터 아부다비 내 30여개의 관광지와 투어, 체험을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아부다비 패스’ 사업을 시작했다. 패스의 종류도 이용자의 여행 일정과 예산, 선호도에 맞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아부다비를 경유하거나 2~3일 내로 짧은 여행을 계획한다면 실속형인 스마트 패스(한화 약 4만2000원)가 적합한데, 최소 7개의 관광지와 테마파크에서 최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아부다비는 올해 한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한국사무소도 처음 문을 열었다. 무라바크 알 샤미시 아부다비컨벤션뷰로 국장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사업을 열게 돼서 기쁘다”며 “한국과 아부다비는 서로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참 많고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