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 초저가를 앞세우며 급속도로 성장한 패션 기업 쉬인(Shein)의 기업공개(IPO)가 예측 불허 상태로 가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이 지연되면서 영국 증시로 가닥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홍콩 증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쉬인 로고. /AFP

지난 29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쉬인이 영국 금융 규제 당국에 IPO와 관련한 기밀 서류를 제출했지만, 영국에서 여러 반발을 받고 있다”면서 “이에 홍콩 상장을 백업 계획으로 고려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쉬인은 기업 가치 500억 파운드(약 88조원)를 목표로 런던 증시 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는 런던 증시에서 약 10년 만에 최대 규모 IPO에 해당한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쉬인은 미국 상장이 높게 점쳐졌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의 여파와 이로 인한 미국 의원들의 우려로 인해 난항을 겪으면서 쉬인은 영국 런던 증시로 고개를 돌렸다. 당시 미국 정치권에서는 쉬인이 의류 생산 공급망에 강제노동을 활용하고, 직구 형태로 세법상 면세조항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쉬인은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을 한 이후 진척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영국 상장도 불투명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당국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해서 반드시 IPO가 임박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영국 금융당국청의 심사도 길면 몇 달이 걸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쉬인이 해외 IPO 장소 변경을 위해 중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IPO 시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인권 단체는 쉬인의 상장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영국의 인권 단체 ‘스톱 위구르 제노사이더’는 법무 대리인을 통해 “쉬인의 노동 관행에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런던 상장을 막기 위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런던 증시 상장 신청도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조사하고 승인을 결정하는 데 일반적으로 몇 개월이 소요된다. FCA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승인을 받은 이후 쉬인은 공식적으로 런던증권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

쉬인이 계속 나라를 바꾸며 상장하려고 하는 이유는 창업자의 의지 때문이다. 쉬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쉬양톈(Xu Yangtian)은 투자자들의 압력과 회사 성장 둔화 우려 때문에 올해 말 이전에 IPO가 완료되기를 원한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이어 쉬인이 홍콩에서 이중 상장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쉬인의 전임 고위 직원도 “홍콩을 포함한 이중 상장이 완벽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와 글로벌 이미지를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쉬인은 이와 관련한 FT의 논평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