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과 기후 변화로 인해 식량 공급이 감소하면서 전 세계가 앞으로는 ‘석유 전쟁’ 대신 ‘식량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 툴루즈의 한 논밭. /AFP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농산물 무역 회사인 올람 아그리의 써니 베르게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그동안 인류는 석유를 놓고 많은 전쟁을 치렀는데, 앞으로는 식량과 물을 놓고 더 큰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이 식량 재고 확보를 위해 무역 장벽을 치면서 식료품발(發) 인플레이션,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농산물 거래 업체들이 기록적인 이익을 거두자,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애그플레이션을 심화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베르게스는 식품 물가 상승이 부분적으로 정부가 개입한 결과라고 짚었다.

베르게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해 총 154개국에서 1266건의 비관세 무역 장벽이 도입됐다”면서 “이는 과장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부유한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원자재들을 과잉 축적하면서 수요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도와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비축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상승하던 식량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부 곡물과 비료 수출이 막히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빈곤국의 식량 불안이 심해졌으며 전 세계 소비자들은 생활비 위기를 겪게 됐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에 기후 변화까지 겹치며 전 세계적으로 농업 작황이 악화했고, 세계는 점점 더 식량 보호주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금지했고, 인도는 의회 선거를 앞두고 쌀 수출을 제한했다. 베르게스는 “이런 조치들은 정확히 잘못된 일이었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점점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람그룹 계열의 올람 아그리는 네슬레부터 유니레버까지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에 곡물과 식용유, 쌀, 면화 등을 가공해 공급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올람 아그리 지분의 51%를 보유하고 있다. 올람 그룹은 올람 아그리를 사우디아라비아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