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인도에서 잇달아 선거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외환시장과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졌다고 블룸버그(Bloomberg)가 보도했다. 예상치를 빗나간 선거 결과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올해 전 세계 40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멕시코 현지 화폐 페소와 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로이터

지난 2일 멕시코 국가선거관리위원회는 여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약 60%의 득표율로 야당 연합의 소치틀 갈베스(약 30%) 후보를 이겼다고 밝혔다. 지난 1824년 멕시코 정부가 수립된 지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마초의 나라’로 불릴 만큼 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뿌리 깊었던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 탄생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멕시코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외환시장은 급격히 출렁거렸다. 멕시코 페소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런던 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에 따르면 멕시코 페소는 대선 결과 발표 다음 날 3.8%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지 화폐 가치가 하락하자, 멕시코 주식시장도 6% 급락했다.

이후 발표된 인도 선거 결과는 주식 시장에 큰 변동성을 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출구 조사 결과와 달리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가 임기를 시작한 2014년 이후 BJP가 자체적으로 과반을 얻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도 증시는 모디의 압승이 예상됐던 3일에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이 드러나자, 니프티50지수와 BSE센섹스지수는 6% 가까이 폭락했다. 블룸버그는 하루 만에 인도 증시에서 3860억 달러(약 527조원)의 자금이 증발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론 조사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자산 관리 부문 책임자 폴 도노반은 “시장이 정치적 위험의 미묘함을 가격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멕시코와 인도 사례에서 알 수 있다”면서 “여론 조사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매크로 책임자인 린지 뉴먼은 “여론조사를 결정적인 예측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더 넓은 정치적 함의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전 세계 40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유럽연합(EU)은 차기 의회 의원 720명을 선출하는 유럽의회 선거를 9일까지 나흘간 실시한다. 27개 회원국 유권자 총 3억7000만명이 직접 한 표씩 행사한다. 7월 4일에는 영국 조기 총선이 열릴 예정이며 11월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블룸버그는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체제에서 불이익을 받을 재생에너지 회사 등은 공매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