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세탁, 다림질 등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기업들이 고객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등지에서 인력 수급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맞벌이 가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가사 도우미 관련 이민 규정이 완화하면서 해외 채용이 가속화하고 있다.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가사 도우미 업체 베어스(Bears)는 300명의 직원을 고용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15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베어스는 필리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계획이다.

필리핀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가사 도우미 업체 베어스(Bears)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 베어스 유튜브 갈무리

베어스는 필리핀 자회사를 통해 필리핀 근로자를 채용한다. 이들은 일본으로 오기 두 달 전부터 일본어 등의 수업을 받는다. 또한 일본에 도착한 뒤에는 2주간의 훈련 프로그램을 받는다. 현장에서 일하기 전에 총 40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필리핀 출신 가사 도우미에게 일본 근로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급여를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2017년부터 경제특구로 지정된 지역에서 영주권 없이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한 가사 도우미 서비스가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2020년 이들에 대한 체류 허가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3년을 추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에서 가사 도우미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일본의 맞벌이 가구 수는 1992년부터 전업주부 가구 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까지 맞벌이 가구 수는 약 13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30년 동안 약 40% 늘었다.

일본 기업정보 회사인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일본의 가사 도우미 시장은 2021년 들어 807억엔(약 7110억 9612만 원)규모로 성장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커졌다. 2023년 소비자 조사에서는 20~40대 응답자 약 2200명 중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1.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76%는 “가사 도우미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지만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가구의 약 절반이 ‘집안일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렇듯 가사 도우미 서비스에 대한 잠재 수요는 강력하다. 닛케이는 “잠재 수요를 실제 수요로 전환하려면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가격은 물론 품질과 안전성도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엔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상당수 종료되면서 가사 도우미 서비스 시장은 성장을 노린다. 도쿄에 위치한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35세 여성은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를 했다. 하지만 출근을 다시 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대형 가사 도우미 서비스 업체인 케이시(CaSy)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케이시에 등록된 고객은 약 17만 명에 달하며, 가사도우미 1만5000명이 활동한다. 케이시는 가사 도우미를 등록하기 전에 신원 확인 회사인 트러스트독을 통해 범죄 기록 등 지원자의 신상을 심사한다. 현재 일본의 가사 도우미 서비스 협회는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고, 도우미의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해 국가 인증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가사 도우미 서비스 확대를 막는 것은 비용이다. 이에 착안해 1983년부터 가사 도우미 서비스 사업을 하는 미니메이드(Minimaid)는 서비스 비용을 낮췄다. 이에 힘입어 미니메이드 서비스 이용 횟수는 지난 5년 동안 3배 증가했다. 국민의 10% 이상이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프랑스와 독일은 세제 혜택 등 금융 혜택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가사 도우미를 고용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5월 말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