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후발주자로 나서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는 샤오미가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중국명 닝더스다이)의 배터리 공장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중국 정부는 노후차를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로 교체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연간 판매량이 30만~40만대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샤오미의 계획이 엿보인다.

21일 중국 금융매체 시나파이낸스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스다이 동력배터리 유한공사(이하 베이징스다이)’가 설립 신고를 마쳤다. CATL의 멍샹펑 동사장조리(회장 비서 격)가 법인 대표에 이름을 올렸고, 자본금은 10억위안(약 1890억원)이다. 현지 업계의 이목을 끈 것은 주주 구성이다. 샤오미자동차가 5% 지분율을 획득해 4대 주주 중 한 곳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외에는 CATL(51%)과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39%), 수도권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국영 징넝그룹(5%)이 참여했다.

지난달 25일 베이징모터쇼에 전시된 샤오미 SU7./AFP 연합뉴스

베이징스다이는 베이징에 지능형 배터리 셀 제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CATL은 현재 총 11개의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 남부에 집중돼 있어 북부에 공장을 짓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라며 “이목이 쏠리는 것은 (합작사 설립에 참여한) 샤오미자동차로, 생산 능력 확대 과정에서 (배터리) 공급 업체가 필요해 CATL과 손을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29일 첫 번째 전기차 ‘SU7′을 출시한 샤오미자동차는 중국 전기차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월에만 7058대의 신차를 인도했고, 4월 30일 기준 예약량은 8만8063대다. 계면신문은 “SU7의 1만번째 차량은 이미 출시 32일 만에 생산됐다”라며 “이는 지난 2022년 8월 아이토(AITO)가 출시 87일 만에 1만대를 인도하며 세운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자동차는 올해 계약 물량 10만대를 달성하고 최대한 빠르게 차량 인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 물량의 안정적 확보는 필수다. SU7은 기본형과 프로, 맥스 등 세 가지 버전으로 나뉘는데, 각기 다른 배터리를 사용한다. 주요 파트너사는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BYD의 자회사인 푸디전지로 알려져 있다.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샤오미자동차는 월 생산능력을 7000대에서 1만2000대까지 늘렸다. BYD에 CATL을 추가해 배터리 공급망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샤오미자동차가 배터리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세가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동차 이구환신(以舊換新·신제품 교체) 보조금 시행 세칙’을 공개하고, 올해 연말까지 기존 자동차를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카로 바꿀 경우 최대 1만위안(약 19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농촌 지역에 신에너지차 보급률을 높이고, 공공부문 차량도 신에너지차 위주로 사용하는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예정인 만큼, 샤오미자동차도 생산량을 늘려 이 흐름에 올라타겠다는 것이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의 장훙 전문위원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각종 정책을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있어 올해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30만~40만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949만5000대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