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소비할 때 가성비를 더욱 꼼꼼히 따지고 다른 브랜드와의 비교도 엄격하게 하는 것인데, 이러한 변화로 특히 타격을 받은 저소득층 소비자 대상 프랜차이즈 기업들 이에 대응해 즉각적으로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20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버거 전문점 웬디스는 이번주부터 3달러의 아침 식사 메뉴를 새로이 내놓았다. 이전에 없던 이 메뉴 조합은 맥도널드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의식한 웬디스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내놓은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아침 메뉴로 단돈 3달러에 양념된 감자 소량과 베이컨, 계란, 치즈 등이 들어간 잉글리시 머핀을 구매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의 한 맥도널드 매장. /연합뉴스

지난주 맥도널드는 오는 6월 25일부터 한 달간 5달러 메뉴를 선보일 것이라고 공개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대중의 요구가 점차 까다로워지면서 맥도널드의 대표적인 상품인 빅맥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빅맥의 부진에 맥도널드는 결국 단돈 5달러에 치킨 너겟과 감자튀김, 음료를 포함한 5개 품목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세트메뉴를 만들어 한시적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웬디스 역시 3달러 메뉴를 출시한 것이다.

이처럼 패스트푸드 등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주요 고객인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최근 고객 쟁탈전에 나섰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은 한정된 돈을 어디에 쓸지 까다로워졌으며 타격을 받은 레스토랑들이 지점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맥도널드와 스타벅스, KFC 등 미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들의 실적이 크게 줄었다. 펩시콜라를 판매하는 펩시, 스포츠음료사 게토레이도 북미 음료부문 매출이 5% 줄어들었다.

일부 브랜드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 관련 불매운동의 탓도 있겠으나, 업계에서는 지속된 고금리로 인해 식비를 줄이는 미국인들의 소비형태 변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유가와 임대료, 교통비 등 줄일 수 없는 지출 대신 줄일 수 있는 부문에서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휴대폰 교체도 절감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올 1분기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0% 감소했는데, 과거 최신 버전을 고집하던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일반 소비자들 역시 핸드폰을 교체하는 시기가 늘어났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소득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저소득층 소비자들은 늘어난 임대료 지출을 식비 절감으로 감내하고 있다. 맥도널드, KFC 등의 매출 부진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고소득층의 경우에도 패스트푸드의 소비를 줄였는데, 이들은 좀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건강한 외식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같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어도 신선한 야채를 활용해 조금더 비싼 치폴레 등이 외식 수요를 견인하는 것이다. 다른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달리 치폴레의 1분기 기준 매장 평균 매출은 7% 증가했다.

가성비를 챙기는 소비 외에도 특이점이 나타났는데, 바로 여름 휴가에 대한 수요다. 대부분의 가계는 올 여름 휴가비용은 줄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항공사인 델타항공 CEO 에드 바스티안은 4월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변함없이 여행을 자신에 대한 우선 투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상품보다 경험에 돈을 더 지불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팬데믹 기간 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여전히 굳건하기 때문이라고 CNBC는 해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하도 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CPI)은 3.4%에 달했고, 가계 저축률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일상에서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유동성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사용량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주 트랜스유니언 분기별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소비자의 신용카드 빚은 6218달러(약 849만원)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