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디에서 자신의 재정이나 금융 관련 조언을 얻을까. 대부분의 미국인은 친구, 친척 또는 전문가로부터 재정 관련 조언을 얻는다. 하지만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SNS)가 등장하고, 이곳에 재정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이른바 ‘핀플루언서(finfluencer, 금융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가 늘면서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1은 SNS에서 관련 조언을 얻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Z세대만 놓고 보면 거의 절반이 SNS에 기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틱톡에는 #money 태그가 붙은 동영상 게시물이 1530만 개가 넘는다.

핀플루언서는 저축, 투자, 지출 방법에 대한 조언을 SNS에 올린다. 이들은 세금 납부 같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개념을 설명할 때 대중 문화와 관련된 용어와 예를 사용한다. 또한 금융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시물을 만들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한 핀플루언서는 공매도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아이폰을 빌려서 팔고, 1년이 지나서 같은 모델을 사는 모습을 연기하기도 했다. 해당 동영상의 조회수는 1400만 회 이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인플루언서 이미지. / 게티이미지

글로벌 광고회사인 맥켄월드그룹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사이 영국 소비자의 약 3분의 2가 핀플루언서를 팔로우 중이다. 이들 중 약 74%는 핀플루언서의 조언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금융 관련 조언을 얻기 위해 금융 서비스 제공업체를 찾겠다고 응답한 비중은 10% 미만이었다. 뉴욕대 경영학 부교수인 라디카 두갈은 영국 BBC에 “학교에서 금융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Z세대는 스스로 돈에 대해 배워야 한다”며 “젊은 세대가 올바른 경제적 결정을 내리고 현재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팬데믹은 핀플루언서의 인기를 견인했다. 앱 분석 및 데이터 전문 업체인 앱애니에 따르면 팬데믹 당시 일부 사람들은 이전보다 활용할 수 있는 자금과 시간이 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인이 금융 관련 앱에서 소비한 시간은 2021년 기준 전년보다 90% 증가했다. 휴대전화를 통한 주식 시장 참여도 급증해 앱 거래 및 투자에 쓰는 시간 역시 같은 기간 135% 급증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핀플루언서가 올린 정보가 부적절하거나,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핀플루언서는 금융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다. 핀플루언서 일부는 아마존에서 반려견 침대를 판매해 백만장자가 되는 법, 외환거래로 많은 돈을 버는 방법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올린다. BBC는 “전문가들은 일부 핀플루언서가 팔로워를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고 심지어 이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어 우려하고 있다”며 “핀플루언서 일부는 형편없는 조언을 제공하고 있어 핀플루언서의 지침을 바탕으로 비이성적인 투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핀플루언서 관련 규제안을 내놓았다. 영국 금융규제 당국인 금융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FCA)은 지난 3월, 핀플루언서가 적절한 승인 없이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할 경우, 최대 2년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영국 소비자에게 광고하는 모든 회사에 적용되며, 디스코드와 텔레그램 등 비공개 또는 초대 전용 SNS에도 적용된다. FCA의 소비자 투자 담당 이사인 루시 캐슬린은 “금융 상품에 대한 홍보는 단순히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문제가 아니라 법에 관한 것”이라며 “불법적으로 금융 상품을 선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FCA는 이미 금융 상품 관련 프로모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FCA는 지난해 SNS에 게재된 ‘오해 소지가 있는 광고’ 10만 개 이상을 삭제하도록 관련 기업에 요청했다. 2022년(약 8500개)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