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내 주택 매매건수가 1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낮출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모기지 금리가 올라간 영향이 컸다.

18일(현지 시각)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매매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해 419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3.7% 줄어든 수치다. 지난달 미국의 주택 매매 중간가격은 39만3500달러(약 5억4700만원)로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했다. 이는 역대 3월 매매가 기록 중 최고치다. 주택 매매는 통상 거래 종결까지 1∼2개월 이상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3월 매매 건수 통계는 지난 1∼2월 구매 결정이 반영된 수치다.

미국 워싱턴의 한 주택에 판매완료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미국 주택시장은 지난해 고금리와 주택 재고 부족으로 거래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다시 금리인하의 기대감으로 첫 두 달간 거래가 증가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강한 고용지표와 고금리를 견디는 탄탄한 경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워졌으며 여기에 이란과 이스라엘이 무력충돌까지 일으키면서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초 하락세로 안정됐던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하반기로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다시 7%로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이후 모기지 금리가 7%대로 올라선 것은 4개월 만이다. 미국 국책 모기지기관인 프레디 맥의 조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7.1%로 한 주 전보 0.22%p 상승했다.

NAR은 현재 미국은 매매수요는 충분한데, 여전히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향후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기 때문에 유효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실제 거래가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거래는 저점에서 반등했지만 금리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거래가 정체됐다”며 “현재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 거의 600만 개의 일자리가 남아있는데, 이는 잠재 주택수요는 존재한다는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미국 부동산 업계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수수료 관행을 바꾸기로 합의하면서 현재 집값의 6%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택 구매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NAR은 중개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는 관행에 대해 거래당사자들의 지적을 받았고 당사자들과 합의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아직 제도가 어떻게 변경될 지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변경된 거래제도는 오는 7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NAR은 현 주택시장에 대해 한가지 긍정적인 신호도 포착했다고 전했다. NAR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택 시장에 유입되는 최초 주택 구입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유효수요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미국 내 최초 주택 구입자들은 3월 전체 거래의 32%를 차지했는데, 이는 그 전달인 2월 26%나 전년 동월(28%)보다도 증가한 수치이다. 투자처로서 주택을 구매하는 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