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인공지능(AI) 기업인 G42에 15억 달러(약 2조937억 원)를 투자했다. 양사는 투자 협약을 통해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이 G42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G42는 자사 AI 애플리케이션에 MS의 애저 클라우드를 사용하게 했다.

MS의 투자는 표면적으로 오픈AI의 경우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AI기업에 투자함으로서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중국과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UAE 기업과 손을 잡았고, 이번 투자에 바이든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로고. /AFP연합뉴스

◇MS의 G42투자 뒤에는 中 견제 위한 美 입김 있었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MS와 G42는 양국 정부의 협의와 지원에 따라 기존 협력관계를 더 발전시켜 지분투자 협약을 맺게 됐다. 협약에 따라 MS는 G42에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하고 미세 조정하는데 사용되는 강력한 AI칩의 MS 서비스 판매 권한을 부여하고, G42는 미국 정부와 협상한 보안 협정에 동의하기로 했다.

UAE에 본사를 두고 전세계 2만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G42는 중동지역 AI의 유망주로 꼽힌다. 석유 수익의 대안으로 AI 산업을 구축하고 있는 UAE의 핵심 기업으로,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유럽 거대 제약회사와의 거래, 세계 최대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기 위한 계약, 그리고 오픈AI와의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 왔다. G42는 100억 달러 규모의 기술 투자 기금, 아랍어 AI 모델, 기술 인재 플랫폼, 의료 회사 및 게놈 시퀀싱 프로젝트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NYT는 해당 투자안을 분석한 기사를 통해, 투자 조건 중 G42가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의 장비를 기업 시스템에 사용할 수 없도록 배제시켰다는 점을 중요하게 짚었다. 미국 정부는 G42를 통해 중국 정보기관에 미국의 어떤 데이터라도 넘어갈 것을 우려해왔다는 것이다. 이번 협약과 관련해 두차례 UAE를 방문했던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첨단 기술은 중국과 미국이 공유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G42의 그간 협력 행보를 살펴보면 미국의 우려가 과한 것은 아니다. 앞서 G42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바이오 기업 BGI 등과 협력해왔다. 또한 G42의 자회사로서 전세계 경찰에 감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프리사이트AI는 중국 경찰이 사용하는 시스템과 매우 유사해, 중국 해커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중국은 중동에서 경제적, 군사적 입지를 확대하고 싶어하고 UAE는 매년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군사 장비를 구매하지만, 중국 군사 제품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간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G42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왔다.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G42 의장과 아부다비 관리들을 만나 G42가 중국과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G42는 미국 정부의 우려에 대한 답변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바 없으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G42의 관계자는 워싱턴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회사가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힌 적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연합뉴스

◇반독점 감시받는 MS에게도 이득인 ‘워싱턴과의 협력’

특히 NYT는 MS의 G42투자를 놓고 ‘기업과 워싱턴의 협력’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껏 중요한 지역과 기술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관심이 기업 간 비즈니스 거래를 장려하는 방법으로 이뤄졌으며 이번 거래 역시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협력을 통해 G42를 합법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법률과 정책, 대관을 아우르는 세기의 외교관이다. 그는 앞서 MS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의 규제 당국을 상대로 방어전을 펼쳐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거대 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G42를 직접 들여다봄으로서 중국의 확장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미스 사장은 “MS는 협의 과정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았다”면서 “이는 미국 정부가 양국 관계의 중요성 및 G42와 MS 같은 기업이 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보안과 안전, 책임감 있는 AI 표준을 선도하도록 지속적으로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가장 중요한 기술이 신뢰할 수 있는 미국 회사에 의해 지켜지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행정부와의 협력은 MS에게도 이점이 크다. MS를 비롯한 빅테크들은 기술 패권을 차지 하기 위해 특히 AI회사들의 혁신을 지분투자 형식으로 사모으고 있는데, 이같은 투자에 대해 미국 행정부와 규제당국은 반독점 행위 위반사항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MS만 해도 오픈AI와의 경영 관계에 대해 조사를 받았으며 MS의 투자 의도가 경영권 참여가 아닌 경제적 이익임을 증명하기 위해 오픈AI 영리법인 내 MS의 지위를 ‘소수 주주(Minority Owner)’에서 ‘소수 경제적 이익(Minority Economic Interest)’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MS는 행정부가 밀어주는 투자를 통해 감시 없이 혁신기업에 투자할 수 있고 중동에 기반을 두고 있는 G42를 통해 중동 국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협약을 위해 두 회사 관계자들은 물론, 미국과 UAE 정부 관리들도 1년 전부터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샤오평 G42 사장은 G42가 중국 비중을 줄이고 주요 서방시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샤오 사장은 이번 투자로 MS가 G42의 소수 지분을 갖게 됐다고 밝혔지만 상세 조건이나 G42가 MS클라우드 서비스에 얼마를 투자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두 회사는 또 AI 개발자들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펀드도 설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