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사상 최초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공습에 나섰지만, 국제 유가가 15일(현지 시각) 오히려 하락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지난 주말 발생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은 원유 가격 상승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이 이미 6개월 전에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해 중동 위기에 대응 능력을 키웠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공급을 늘릴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대한 반격에 나설 경우 유가가 급등할 여지는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13일 밤 11시, 드론과 미사일 300여 기를 발사한 주말을 보낸 뒤인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25달러(0.29%) 하락한 배럴당 85.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 역시 0.35달러(0.4%) 하락한 배럴당 90.10달러에 거래되면서 배럴당 9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이란이 13일(현지 시각) 밤 11시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 300여 기를 발사한 가운데 이란인들이 15일 테헤란에서 미사일 모형을 들고 있다. / 로이터

보통 중동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유가는 상승한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역시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설 경우, 갈등은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기에 유가 상승 압박이 존재한다. 여기다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며, 중동 지역 정세가 급변하면서 이란이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할 경우, 원유 공급 부족으로 인해 유가는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5분의 1의 이동을 담당하는 석유 수송 요충지다.

이에 씨티그룹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디 리포우 리포우 오일 연합회장도 14일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이란의 석유 생산이나 수출 시설이 타격을 입을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 브렌트유 가격은 120~130달러(약 16만6030~18만 원) 범위로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원유 시장은 평온하다. 우선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지난 1일 발생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관련 인사가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에 한정된 것일 뿐,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여타 산유국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라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하루 500만 배럴 이상의 예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OPEC 사무국은 지난 11일 월간 석유 시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여름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 생산량 감축에 나서는 국가는 필요할 경우 시장의 요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급 확대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석유 시장이 겪는 첫 번째 지정학적 위기가 아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시장은 가자지구 전쟁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또한,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오가는 선박을 위협하는 등 홍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석유 공급은 중단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유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 격변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은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대응할지에 주목한다. 아직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응하지 않고 있어, 유가가 다소 떨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는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 시점에서 유가 전망은 이스라엘의 대응에 달려있다”며 “이란과 이스라엘에서 호전적인 수사가 나오면 시장은 단기적으로 석유 가격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