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뜨거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여기다 연준 고위 인사들이 금리 인하 신중론을 제기하고, 일부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까지만 해도 연준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던 기대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고용 시장이 뜨겁더라도 물가가 목표치(2%)에 가까워지면 금리 인하를 세 차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10일(현지 시각)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 고용통계국은 지난 5일(현지 시각) 비농업 고용이 30만3000건 늘었다고 발표했다. 시장추정치(20만 건 증가)를 웃도는 것은 물론 전월(27만 건 증가)보다 증가치가 높았고, 지난 1년 동안 월평균 증가 폭(23만1000건)도 웃돌았다. 실업률 역시 3.8%로 전월(3.9%)보다 낮다. 이처럼 고용 시장이 강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거나, 예상보다 적은 횟수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에 위치한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2024 비즈니스, 정부 및 사회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

◇ 최근 들어 신중해진 연준 인사들, 일부는 ‘금리 인상’ 가능성 제기

무엇보다 최근 들어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데 배팅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 연준이 이르면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낮아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일 네바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지난달 발표한 대로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예상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긴급 조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가 강하기에 금리를 조정할 긴급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로제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금리 인하를 세 차례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올해 금리 인하를 여전히 기대하지만, 차기 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 인사 일부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FOMC에서 19명 중 9명이 ‘2024년에 단 두 번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을 편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중이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를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우리가 어떤 경제 경로를 밟고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결되는 것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경제가 예상대로 발전하고 국내총생산(GDP)이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감소가 올해 내내 지속된다면 금리 인하는 올해 4분기에 한 번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카시카리 총재는 최근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로이터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총재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장 급진적인 매파로 꼽히는 카시카리 총재는 “만약 일자리 성장은 물론 소비자 지출, GDP 성장이 강하게 계속된다면 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했다. 심지어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5일 연준 회의 연설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자산 관리 회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톡 슬록은 abc방송에 “내 생각에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 같다”며 “더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증권사인 제프리스의 토마스 시몬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 “고용보다 물가가 중요” 파월 발언에 거는 기대

미국 경제와 고용이 뜨겁지만, 이것만으로 금리 인하 자체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파월 의장,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 일부 연준 관계자들이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다시 하락할지 여부라는 점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고용 시장이 뜨거울수록 임금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지출이 늘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실업률이 낮고, 고용이 늘수록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게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최근 2년 동안 이민이 급증하면서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 문제로 부각됐던 노동력 부족 문제가 거의 해결됐고, 임금 상승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최근 내놓았다. 이에 고용 시장이 뜨겁더라도 인플레이션만 목표치에 근접한다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

이에 시장에선 10일과 11일 각각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1월과 2월 CPI는 각각 3.1%와 3.1%를 기록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보다 높은 전년 대비 3.9%, 3.8%로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억제되지 않았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abc방송은 “연준은 미 정부가 곧 발표할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물가가 추가로 내리고 있다는 징후가 있는지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했다. 월가에서는 3월 근원 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