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에 설립한 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 일렉트릭(GE)이 2일(현지 시각) 해체를 마무리했다. 토머스 에디슨이 ‘에디슨 제너럴일렉트릭’과 ‘톰슨-휴스턴’을 합병해 설립한 지 132년 만이다.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GE는 이날 항공기 엔진 회사인 ‘GE에어로스페이스’와 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는 ‘GE버노바’ 분할 작업을 완료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각각 독립 상장기업으로서 거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GE가 지난 2021년 11월, GE헬스케어·GE에어로스페이스·GE버노바 등 3개 회사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먼저 분사됐던 GE헬스케어는 지난해 1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2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GE CEO 겸 GE 에어로스페이스 CEO 래리 컬프(왼쪽 네 번째)와 GE버노바의 CEO 스콧 스트라지크(오른쪽 세 번째)가 개장 종을 울리고 있다. / AFP 연합뉴스

GE는 가정에서 쓰는 거의 모든 제품을 제조했던 기업이다. 전구는 물론 텔레비전, 세탁기를 판매했고 제트 엔진을 만들어 장거리 여행을 가능하게 했다. 불을 밝히는 발전기를 만들었고, 환자의 진단을 돕는 의료 장비도 제작했다. 이에 CNN은 “GE는 한때 미국 가정을 위해 거의 모든 일을 했던 만물상”이라며 “막강했던 산업 아이콘의 분할이 완료됐다”고 분석했다.

2001년까지 20년 동안 잭 웰치 전 CEO가 GE를 이끌던 시절에는 매출이 약 5배 증가하면서 13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140억 달러에서 4100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에 포천은 잭 웰치를 ‘세기의 경영자’로 불렀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0년대 초반에 GE를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GE는 신용경색에 빠지기 시작했다. 잭 웰치의 후임이었던 제프 임멜트 전 CEO는 금융 부분인 ‘GE 캐피털’을 축소하는 등 덩치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GE의 민첩성은 부족했고, 큰 규모와 복잡성은 스스로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후 21세기 들어와 부실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자금 부족을 겪기도 했다.

2017년 새로운 GE CEO로 선임된 존 플래너리는 200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과 기업 분할에 들어가면서 ‘거대 대기업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GE를 더 작고 단순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플래너리 전 CEO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GE는 2018년 6월 들어, 1907년부터 상장됐던 다우존스 산업평균에서 퇴출됐다. 그해 CEO로 부임한 래리 컬프는 GE가 소유한 기업 매각에 속도를 냈고, 2020년에는 전구 사업마저 매각했다.

이후 컬프 전 CEO는 2023년 1월, GE헬스케어를 완전히 분사했다. 이번에 GE에어로스페이스, GE버노바까지 분사되면서 해체가 마무리됐다. GE에어로스페이스는 GE에 남은 핵심 사업인 항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다. GE에어로스페이스의 새로운 CEO는 컬프 전 CEO가 맡는다. 하지만 컬프 전 CEO는 보잉 이적설이 돌고 있다. GE버노바는 스콧 스트라지크 CEO가 이끈다. NYSE에서는 ‘GEV’ 티커로 거래된다. 지난해 가장 먼저 분사해 상장한 GE헬스케어는 나스닥에서 ‘GEHC’ 티커로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