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27일(현지 시각)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최근 경제 지표를 반영하면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이날 뉴욕 경제 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관련 수치가 실망스럽다”며 “금리 인하에 앞서 적어도 몇 달 동안 더 나은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 로이터

윌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이유로, 미국의 경제가 탄탄하며 고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경제 성장과 노동 시장은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감소 속도는 둔화했다”며 “이런 징후 때문에 통화정책 완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한 지속 가능한 궤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금리를 지금의 제한적 입장으로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6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윌러 이사는 이날 연설의 제목을 포함해 ‘서두르지 말라’는 표현을 네 번이나 사용하면서 시장의 기대가 과하다는 인식을 줬다. 연준은 이번 달 19~20일 열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동일하게 연내 금리 전망을 4.6%로 제시했다. 한 번에 25bp(1bp=0.01%P)씩 내린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도 19명의 위원 중 9명은 올해 두 차례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심지어 FOMC 투표권을 가진 라파엘 보스틱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단 한 차례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윌러 이사는 “다행히도 미국 경제는 탄탄하고, 노동 시장이 탄력적이기에 조금 더 기다릴 위험이 적다”며 “너무 빨리 조처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윌러 이사는 연준이 금리를 더 인상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연준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금리 인상에 대해) 생각하려면 인플레이션이 극적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이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