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0년간 공들여 온 전기자동차 ‘애플카’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블룸버그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역량 부족이 원인이었다는 평가다.

애플카 가상이미지. /애플 제공

이날 블룸버그는 ‘애플이 매년 10억 달러(1조3310억원)를 투자했지만 만들지 못한 자동차’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애플카 프로젝트의 역사를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다수의 내부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애플카 개발 포기 발표는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자동차 사업에 처음 도전하면서 지나치게 큰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애플카에 대한) 원래의 비전이나 이후의 어떠한 비전도 실현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애플이 원했던 전기차는 ‘완전 자율주행차’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간섭 없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레벨 5 단계 자율 주행으로, 지금까지 이 단계를 개발한 회사는 없다. 테슬라에서 애플로 영입돼 전기차 개발팀을 이끌던 더그 필드는 자율주행 기술 목표를 레벨 3단계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경영진은 레벨 5 자율주행을 고집했다. 결국 더그 필드는 지난 2021년 애플에서 나와 포드로 이직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자율주행의 엄청난 기술적 어려움과 자동차 제조 산업의 가혹한 경제성뿐만 아니라 회사의 고위급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에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운송 전문 벤처캐피탈(VC)인 트럭스 VC의 파트너인 릴리 브렌난은 블룸버그에 “매우 똑똑한 사람들과 많은 예산이 있다면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었을텐데 애플은 그들을 한 방향이나 다른 방향으로 이끌만한 특정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이 이토록 레벨 5 단계 자율 주행을 고집한 것은 아이폰에서 이룬 성과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음악 재생기기와 모바일 시장에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선두 기업에 오른 것처럼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플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초기 아이폰 모델을 모두 건너뛰고 아이폰X로 넘어가려고 한 격”이라며 “애플은 ‘충분히 좋은 차’라는 목표로 첫 깃발을 꽂는 대신 자율성이라는 잘못된 목표에 모든 걸 베팅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전기차를 연구해 온 조직인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었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완전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개발해 왔다. 애플은 프로젝트 기간 여러 차례 전략을 바꿨었는데, 지난달에는 전기차 출시를 2028년으로 미루고 완전자율주행 대신 레벨 2 플러스 수준으로 전략을 바꾸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은 결국 전기차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고, 10년간 애플이 공들여 온 애플카 프로젝트는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