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시진핑 시위에 참여했던 홍콩 젊은이들이 최근 들어 중국 본토를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과 중국을 잇는 인프라가 발달한 데다 중국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콩과 중국을 잇는 고속철도 내부 모습. /로이터

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반대해 시위했던 홍콩 젊은이 중에 상당수가 중국 본토로 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전에 시위에 참여해 익명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한 한 시민은 블룸버그에 “홍콩에는 자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잃었다”면서 “그렇다면 중국 본토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중국은 물가가 저렴하다”라고 덧붙였다.

홍콩에서는 지난 2019년 민주화·반정부 시위 이후 홍콩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홍콩을 억압한 이후 영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 떠난 홍콩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영국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18만명 이상의 홍콩인이 시민권 획득을 위해 비자를 신청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최근 중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옛날에는 거부했던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가는 교통수단이 발달해 이동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고, 중국의 물가가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고속철도는 2018년 9월 개통됐는데, 이 열차를 타면 홍콩에서 선전까지 14분이 걸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운행이 잠시 중단됐다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폐지된 이후 지난해 1월부터 재가동됐다.

고속철도 개통 이후 팬데믹 전까지는 중국인의 홍콩 방문이 많았다. 특히 열차가 개통됐던 2018년에는 홍콩 인구의 7배에 달하는 5100만명의 중국인이 홍콩을 방문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역전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선전으로 간 홍콩인은 1984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CNN방송은 “과거에는 중국인들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홍콩을 찾았지만, 이제는 홍콩인들이 같은 이유로 중국 본토를 방문하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20년 동안 중국 선전에서 택시를 운영했다는 펑은 “예전에는 홍콩 사람들이 선전을 얕잡아봤는데,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었다”라고 말했다.

홍콩인의 중국 방문은 중국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런 현상은 ‘그레이터 베이 에어리어(Greater Bay Area)’를 추진하는 시진핑의 노력에 도움이 된다”라고 평가했다. 그레이터 베이 에어리어는 광저우, 선전, 둥관, 후이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장먼, 자오칭 등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시 주석의 역점사업이다.

홍콩에 불어닥친 선전 열풍은 중국 본토에서 일하고 생활하려는 홍콩인들의 의지와도 들어맞는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홍콩·광둥청년협회가 지난해 홍콩의 40세 미만 인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66%는 현재 홍콩 국경 너머에서 일하는 것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이는 2020년 22%에서 세 배 증가한 수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의 집값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선전의 아파트 임대료는 홍콩의 3분의 1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