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즈키 자동차가 전기자동차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인도 사업장을 전기차 수출 허브로 삼을 예정이라고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스즈키는 이르면 2025년부터 인도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할 예정이며, 인도 생산 전기차를 통해 유럽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인도 뉴델리에 있는 스즈키의 인도 자회사 마루티의 전시장.

앞서 닛케이는 스즈키가 인도 서부 구자라트 공장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마련해 2024년 가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고 지난해 10월 보도한 바 있다. 생산 능력은 연 25만대 정도로, EV 외 내연기관차 생산도 병행할 예정이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당 판매 가격이 300만~400만엔(약 2600만~3500만원) 정도인 소형 다목적 스포츠차(SUV) 타입의 전기차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판매할 방침이다. 인도 전기차 생산은 스즈키의 자회사인 마루티(멀티) 스즈키가 담당한다.

스즈키가 인도를 전기차 생산 허브로 꼽은 이유는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인도 시장이 가진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2023년 상반기, 인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증가했다. 인도의 전기차 비중은 전체의 1% 미만으로 성장 잠재력도 풍부하다. 여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30년까지 신차의 30%를 전기차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더구나 마루티 스즈키는 인도 승용차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는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다. 마루티 스즈키는 모디 인도 총리의 고향인 인도 서부 구자르트주에 3820억 루피(약 6조1000억원)를 투입해 전기차용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인도 현지 생산 비용이 저렴한 것도 원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인도 내 제조 비용은 일본보다 20% 싸다. 닛케이는 “스즈키가 인도 시장에 진출한 만큼 개발 속도와 원가 경쟁력을 키워 중국 업체와 경쟁할 수 있다”며 “스즈키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300만~400만엔 정도의 가격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인도 대기업 타타 그룹(Tata Group)의 계열사인 타타 모터스(Tata Motors)는 인도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타다 모터스의 올해 시장 점유율은 70%로 예상된다. 2위는 마힌드라로 시장점유율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SAIC 모터가 지원하는 MG모터가 10%를 차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는 일반적으로 연구개발, 직용 고용 등 자원이 풍부한 국내에서 기술을 개발한 다음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한다”며 “토요타, 닛산은 일본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즈키가 인도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은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