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켄, 버드와이저를 제치고 미국 식료품점 매출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린 맥주는 무알코올 맥주인 애슬레틱(Athletic)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유기농 전문 마트인 홀푸드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맥주 역시 애슬레틱이었다.

애슬레틱은 2017년 헤지펀드 출신인 빌 슈펠트와 양조업자 존 워크가 만든 무알코올 맥주 브랜드다. 애슬레틱 설립 당시 미국 내 무알코올 맥주 판매량은 전체의 1% 미만이었다. 하지만 슈펠트는 설문 조사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맥주 맛이 나는 무알코올 맥주를 구매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워커의 도움을 받아 애슬레틱을 설립했다.

무알코올 맥주인 애슬레틱(Athletic). / 애슬레틱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맥주 시장은 1150억달러 규모다. WSJ는 “슈펠트는 소비자의 작은 변화라도 거대한 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슈펠트와 워커는 무알코올 맥주에만 집중하기 위해 2017년 함께 ‘애슬레틱 양조 회사(Athletic Brewing Company)’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WSJ는 미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알코올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기에,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봤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 미국인의 62%가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이는 20년 전(72%)보다 감소한 수치다. WSJ는 “Z세대가 전 세대 중 술을 가장 적게 마시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이들의 비중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Z세대는 무알코올 음료를 맥주 대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맥주 시장 전체에서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맥주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도 무알코올 시장만큼은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맥주 판매 성장률은 1% 수준이었지만 무알콜 맥주는 35%로 급성장했다.

특히 유럽에서의 성장세가 무섭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서유럽에서는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맥주가 전체 맥주 소비의 약 8%를 차지한다. 심지어 ‘맥주의 나라’로 여겨지는 독일에서도 맥주 소비는 줄었지만, 무알코올 맥주 소비는 늘고 있다. 현재 무알코올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7%로 독일 맥주업계는 무알코올 맥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홀거 아이헬레 독일양조장협회 대표는 “곧 독일에서 만드는 맥주의 10분의 1을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할 것”이라며 “맥주 업계에서 최근 10년간 이만큼 성장한 분야는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