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산 브랜디가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분쟁의 최전선에 놓이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6일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냉각된 양측의 경제 갈등이 더 격화하는 모양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9월 파리에서 젊은 농부들과 함께 노르망디산 브랜디를 시음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EU(유럽연합)산 브랜디에 대해 반(反)덤핑 조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덤핑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다른 나라가 수출한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규제하는 조치다. 상무부는 “중국주류업협회가 중국 내 브랜디 업계를 대표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고 했다.

이번 조사로 프랑스 주류 업계에 전해지는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EU가 수출하는 브랜디 중 99.8%가 프랑스산이기 때문이다. 와인 강국이기도 한 프랑스는 중국으로 수입되는 주류의 최대 공급국이기도 하다.

브랜디는 발효시킨 과일즙이나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술이다. 산지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프랑스 코냐크 지방에서 나는 ‘코냑’으로 가장 잘 알려졌다. 꼬냑은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지방과 가까운 코냑 지역에서 생산된 브랜디를 말한다.

폴리티코는 “상무부는 발표에서 특정 국가나 증류소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프랑스 브랜디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유명 코냑 브랜드 ‘레미 마르탱’으로 유명한 레미 쿠앵트로 그룹은 상무부 발표 직후 주가가 하락했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브랜디 때리기’는 EU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EU와 중국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EU의 대(對)중국 무역 적자가 4260억달러(약 560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불공정 무역’이라는 회원국 불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에 EU는 지난해 9월 중국 전기차 업체를 대상으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부터는 중국산 바이오 연료 수입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EU가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실시하게 된 것에 프랑스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이번 조사 결정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르노 등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000유로(약 1000만원)의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전체 보조금 예산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산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돌아가면서 유럽 전기차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지난달에는 원거리 국가에서 수입되는 차량에 보조금 지급을 불리하게 만드는 ‘프랑스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발표하는 등 중국산 전기차의 자국 시장 장악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폴리티코는 “지난해 프랑스는 EU가 중국 전기차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도록 열심히 로비했다”며 “이는 프랑스 브랜디를 표적으로 삼기로 한 중국의 결정과 확실히 연관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프랑스 경제부는 “우리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