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바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워싱턴포스트(WP)가 일자리 증가, 실업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유가, 주택 가격, 인플레이션 등 현재 경제 상황과 트럼프 시대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12개 지표를 분석·비교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는 “바이든과 트럼프 시절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그 여진으로 정의된다”며 “팬데믹은 고용 시장을 뒤흔들었고,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했으며, 연방 부채는 수조 달러를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은 3년 동안 140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하고, 흑인 실업률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으며 학자금 대출 부채를 수십억 달러 줄였다”며 “트럼프는 낮은 인플레이션, 낮은 금리, 낮은 휘발유 가격 시대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 / 뉴스1

1. 일자리 증가

바이든은 일자리 증가만 놓고 봤을 때 트럼프보다 낫다는 평가다. 바이든은 팬데믹으로 인해 수백만 명이 실직 상태인 시기에 취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늘어난 일자리 증가수는 경제학자들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특히 연준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 시장은 여전히 강세다. 이를 통해 미국인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견딜 수 있었고, 지출을 유지하면서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동안 창출된 일자리는 1400만개로 월평균 40만개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자리 창출 속도가 둔화해 11월에는 19만9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는 데 그쳤다. 반면 트럼프 정부 첫 3년 동안 일자리 증가는 한 달 평균 17만6000개에 불과했다. 여기다 팬데믹 관련 폐쇄 조치, 해고로 인해 20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2. 실업률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률 급증을 제외하고 바이든과 트럼프 임기 동안 실업률은 낮게 유지됐다. 트럼프 재임 동안 실업률은 3.5%로 떨어졌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동안 실업률은 올해 초 3.4%로 더욱 낮아졌다. 다만 현재는 3.7%로 다소 높아졌다. 이처럼 수년 동안 채용이 늘면서 노동 시장의 약자로 꼽히는 히스패닉 근로자, 흑인 여성, 장애인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데도 기여했다. 바이든 시절 이들의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3. 경제성장

바이든 취임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약 22% 성장했다. 트럼프 재임 시절엔 14% 상승에 그쳤다.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 경제는 지난해 6개월 동안 침체를 겪은 후 5분기 연속 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경제성장은 새로운 인프라, 녹색 에너지 프로젝트 덕분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경제성장률(9월 기준 연율 4.9%)이 지속불가능하다며 내년에는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4. 유가

유가는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수요 급증으로 2020년 이후 상승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4월 사이에 갤런당 1.84달러에서 4.11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2022년 6월 들어 휘발유는 갤런당 약 5달러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생산량 증가와 수요 둔화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연말까지 갤런당 3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WP는 “대통령은 유가를 거의 통제할 수 없으나, 이 이유로 트럼프 시대를 미국인들이 더 좋아한다”며 “휘발유 가격은 미국인이 경제를 보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바이든 임기 중 비판이 일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5. 주택 가격

전반적으로 바이든 행정부 기간 주택 구매가 어려워졌다. 팬데믹 기간 주택가격이 급등해 2020년 봄부터 2022년 가을까지 49% 급등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주택구입 가능성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주택의 중간 가격은 43만1000달러로 작년에 기록한 48만달러보다 낮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다.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 2년 동안 약 3.1%에서 약 7%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로 인해 주택 구입 가격이 훨씬 더 비싸지고 시장을 냉각시켰다. 하지만 주택 수요가 계속해서 공급을 앞지르기 때문에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행정부 내내 도전 과제였다. 팬데믹 이후 물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는 40년 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인들은 식료품, 휘발유, 자동차, 의료 등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높은 비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지난 여름 최고치에서 하락했지만, 가격은 여전히 1년 전보다 약 3% 더 높다. WP는 “미국 유권자들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경제 문제로 꼽는다”고 전했다.

7. 금리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의 일환으로 금리를 11차례 인상했다. 현재 금리는 5.25~5.5%로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8. 가처분소득

미국인들의 소비력은 바이든 임기 초 보다 줄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2020년 이후 가계 소득이 줄어든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들은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앞지르면서 2023년을 1년 전보다 더 향상된 상태에서 마무리 중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인들의 소비력은 팬데믹이 시작될 때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2017년 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에 실질 가처분 소득은 약 10% 증가했다.

9. 주식 시장

주식시장은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급등했고, 바이든 시대에도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번 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S&P 500 지수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주식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했으며 종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성공을 과시했다. 그는 또한 미국인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주식 시장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0. 학자금 대출채무

바이든은 학생과 졸업생들의 부채 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약하며 취임했다. 지금까지 백악관은 360만명 이상의 미국인에 대한 학자금 대출 부채 약 1320억달러를 탕감했다. 또한 저소득층 및 중간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연방 지원을 늘려 그들의 부채 부담을 줄였다. 그 결과 학자금 대출 잔액이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인들의 학자금 대출은 10월 기준. 1조7400억달러로, 연초(1조7700억달러)보다 감소했다.

11. 소비자심리

WP는 “경제가 탄탄한데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바이든의 임기 동안 재정 문제에 있어서 완전히 낙담한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6월에 소비자 심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소비자심리는 다소 반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시절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경제가 형편없다고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다. 자동차, 여행, 외식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12. 연방적자

연방 적자는 트럼프 정권에서 최고조에 달했지만,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국가 부채에 수조 달러를 추가했다. 국가 적자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매년 증가했다. 대대적인 감세와 그에 따른 정부의 팬데믹 대응으로 인해 국가 부채는 7조8000억달러에 달했다. 이후 바이든 임기 첫 2년 동안 적자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다시 23% 성장해 1조7000억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WP는 “객관적 수치와 무관하게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