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들이 주택, 자동차, 가전 등을 구매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소비쿠폰을 잇달아 발행하고 있다. 올해 각종 소비 대목에도 중국인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던 데다, 지역별로 소비 회복세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연말 막판 총력전에 나서는 것이다. 이같은 소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중국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쓰촨성은 지난 24일 슈퍼마켓, 가전·가구,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비쿠폰을 5억위안(약 9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쓰촨성 정부가 1억위안, 쿠폰 발행·사용 플랫폼이 3억위안, 쿠폰을 받는 상인이 1억위안을 각각 투입했다. 슈퍼마켓 쿠폰의 경우 ▲600위안(약 11만원) 이상 구매 시 200위안(약 4만원) 할인 ▲400위안 이상 구매 시 100위안 할인 ▲200위안 이상 구매 시 50위안 할인 등 세 가지 종류가 제공된다. 할인율이 최대 30%가 넘는 셈이다. 쓰촨성은 다음 달 8일에 또 같은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다.
다른 지방정부들도 소비쿠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장시성은 12월 1일부터 자동차 구매 가격에 관계없이 3000위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1953억위안 규모로 준비했다. 광둥성은 관광지 할인쿠폰 100만장과 특별할인 항공권·호텔을 각각 100만장, 1만개씩 풀기로 했다. 하이난성 하이커우시는 면세점에서 1만5000위안 이상 구매할 경우 1500위안을 할인해주는 쿠폰을 150만위안어치 발행했다. 절강성 리수이시는 구입한 주택 가격이 150만위안을 초과하면 4만위안을 공제해주는 쿠폰을 내놨다.
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 지방 정부들이 현금 살포에 나선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위드 코로나' 원년임에도 소비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반기만 보면 지난 10월 국경절 황금연휴 당시 관광수입(7534억3000만위안)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있었던 연간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 때는 주요 온라인 플랫폼들이 실적 부진으로 인해 2년 연속 매출액을 비공개에 부쳤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0월 들어 0.2% 하락하며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그만큼 소비가 위축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제일재경은 "소비는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라며 "지난해 11~12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가 감소한 만큼, 올해 마지막 두 달 동안 소비를 자극하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올해 목표 과제를 완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12월 소매판매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1.8% 감소한 바 있다. 올해 11~12월에 소비를 바짝 끌어올리면 기저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경제 회복세가 차이를 보이는 만큼, 뒤처지고 있는 지역들은 '막판 스퍼트'를 위해 소비쿠폰을 내놓는 측면도 크다. 올해 중국 전역의 국내총생산(GDP)은 1~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했는데, 지역별로 보면 31개 성 중에서 전국 평균을 넘어선 곳은 17곳이었고, 1곳은 겨우 5.2%를 맞췄다. 나머지 13곳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GDP 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아도 불안할 수 있다. GDP가 6.5% 성장했지만 10월 CPI가 -0.5%를 기록한 쓰촨성이 대표적이다. 쓰촨성은 지난 10월 말 4분기 경제 운영 회의에서 "마지막 두 달동안 전력투구를 위해 산업별 전략이 정밀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쿠폰으로 내수시장을 반짝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 정책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싱투금융연구원의 푸이푸 연구원은 "소비쿠폰으로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고용 안정과 성장의 관점에서 소비 신뢰를 강화하고 소비 의지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