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 화에 대한 엔화 환율(엔·달러 환율)이 3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헤지펀드들은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엔화 하락에 베팅(숏)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Bloomberg)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인용해 지난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헤지펀드들이 엔화 숏 포지션을 6만5490계약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일본 도쿄의 한 거리에서 한 남성이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을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최근 엔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릴 때, 일본 홀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 당 151.92엔까지 거래되면서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149.59엔으로 소폭 하락(엔화가치 상승)했지만, 투자자들은 엔화 가치가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 당 엔화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엔화 가치가 149엔대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주요 10개국 통화 중에서는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라며 “일본은행이 아직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행이 올들어 수익율곡선통제(YCC) 정책을 일부 조정했지만 엔·달러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스크지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필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며 “계속해서 만전의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일본 외환 당국에 엔화 약세를 대응하기 위해 개입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달 엔화가 150엔에 닿았을 당시 일본 재무성은 외환 시장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마이너스 금리를 제로나 플러스 영역으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엔화 환율이 155엔 선을 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