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설립한 모리스 창 전 회장이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이들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창 전 회장은 2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 행사에서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가들이 서로 화를 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가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뜨거운 갈등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설립한 모리스 장 전 회장. / AFP 연합뉴스

창 전 회장은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해 “즉각적인 목적은 중국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결국 모든 사람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중국을 향한 디커플링 정책이 당장은 중국을 겨냥한 것일지라도, 결국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디커플링이) 모두에게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일한 희망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메이드 인 USA’ 정책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TSMC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Chips acts)에 따라 미국 정부에 최대 150억 달러(약 20조 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열린 장비 반입식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동하고 참석하기도 했다.

TSMC는 지난 2020년 5월 애리조나 공장 건설 계획을 처음 발표하고 2021년 중반부터 공장을 건설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2024년부터 첨단 4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당초 계획보다 1년 미뤄 2025년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의식하듯, 창 전 회장은 대만의 고등학교 졸업자 대부분이 대학에 가지 않고 대만의 무역학교에 다닌 것이 숙련된 노동자 육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꽤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는 특정 기술을 배운다”며 “대만 교육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창 전 회장은 1931년생으로 올해 92세다. 1931년 중국 닝보에서 태어난 창 전 회장은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이 잇따라 발발한 탓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중국 내 6개 도시를 전전하며 학교를 9차례나 옮겼고, 이에 지친 그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 이민 후 MIT에서 기계공학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0년 간 근무했다. 1962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귀화했다. TI 재직기간 스탠포드대학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TI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창 전 회장은 1987년 56세의 나이에 대만 정부와 함께 TSMC를 설립했다. 2018년 6월 TSMC에서 완전히 은퇴했으나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