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시청구에 있는 베이징북역. 이날 지인 마중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한 40대 여성은 중추절·국경절 연휴 기간(9월 29일~10월 6일)에 고향인 장자커우시에 갈 예정이지만, 아직도 표를 못 구했다고 했다. 매표소 직원은 "연휴 초반인 29~30일에 출발하는 고속열차 표는 대부분 매진"이라며 "취소표를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철도그룹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중국 전역에서 판매된 중추절·국경절 연휴 기간 기차표는 이미 1억장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회복 궤도를 이탈하는 듯했던 중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 조금씩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올해 중국 최대 황금연휴인 중추절·국경절에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열리면서 여행수요가 폭증면서다. 여기에 오는 11월엔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까지 예정돼 있어 다소 주춤했던 소비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시장 불안과 고공행진하는 실업률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회복세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시청구에 있는 베이징북역./이윤정 기자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이 여행사 씨트립, 퉁청, 투뉴, 뤼마마 등의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중추절·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내 여행 상품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최대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 예약 건수는 같은 기간 최대 20배 늘었다. 제일재경은 "호텔, 패키지 여행, 관광지 입장권, 렌터카 등 많은 관광 부문 예약량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수준을 크게 초과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기간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에 오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겹친 결과다. 중국 교통당국은 이 기간 철도 이용객이 1억9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인기 구간 열차를 8량에서 12량으로 늘리고, 운행 횟수를 늘리는 등 일일 평균 승객 수송량을 2019년 대비 18.5%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중추절·국경절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바로 11월 11일 중국 연중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광군제 재미를 제대로 못본 중국 유통업계는 단단히 준비해 최대 매출을 올린다는 각오다. 중국 대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인 콰이쇼우는 올해 광군제 때 접속이 몰릴 것을 대비해 트래픽 용량 증설 등에 180억위안을 배정하고, 제품 할인을 위한 보조금에 20억위안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탄솨이 콰이쇼우 전자상거래 프로모션 책임자는 "광군제는 하반기 우리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전투"라고 말했다.

소비 대목이 연말까지 줄줄이 이어지면서 상반기 둔화했던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중국 각종 경제 지표는 잇따라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경기 가늠자인 소매판매는 8월에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났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3.0%보다 1.6%p 높아 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4.5%로 집계돼 전망치(3.9%)보다 높았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전분기보다 상황이 지속적으로 호전되면서 큰 고비는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큰 폭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수 부문 회복세가 다른 경제 부문까지 퍼져나가기 위해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구이위안 등 중국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여전한 데다, 지난 여름 사상 최대 규모의 대졸자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실업률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계, 기업 등 민간 부문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저해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는 장기 경기 침체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고, 이를 피하려는 노력을 너무 적게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