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임박한 가운데 ARM 공모가가 주당 47~51달러 수준에서 설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는 500억~540억달러(약 65조9000억~71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로부터 ARM 지분 25%를 매입할 때 책정한 기업가치 평가액(640억달러·약 84조448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ARM 나스닥 공모가가 주당 47~51달러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라며 “이번 상장에 대한 기대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ARM 로고. / 로이터

ARM이 지난달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ARM은 80억~100억달러(약 10조7312억~13조414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한다. 당시만 해도 주요 외신은 ARM이 IPO에 성공하면 ARM의 기업가치는 최대 700억달러(약 92조3650억원)에 달하리라 전망했으나, 예상보다 낮은 기업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로이터는 ARM 공모가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중국 경기 둔화에 따라 일부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ARM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 성장세는 둔화한 것도 상장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춘 요인으로 보인다. 여기다 ARM이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올린 매출은 27억달러(약 3조5000억원), 순이익은 매출의 20% 수준으로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하기 직전(34%)보다 줄었다.

ARM의 나스닥 상장 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요 고객은 IPO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인텔, 알파벳, ARM, 인텔 등이 ARM의 IPO 투자자로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애플 아이폰 등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의 95%, 태블릿의 85%가 ARM 설계도를 사용한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이 ARM의 고객사다.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AI 반도체와 서버용 반도체 설계도 세계 상위권이다. 전 세계에서 6000명, 영국에 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ARM은 ‘영국 기술 산업의 보석’으로 불린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7월, ARM을 320억달러(약 42조9248억원)에 인수했다. 일본 기업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400억달러(약 53조656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지난해 초 결국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