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강자인 애플과 중국 대형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내달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인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포기해야 했던 화웨이는 이번 기회에 애플에게 빼앗긴 안방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30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정오부터 자사 공식 온라인몰에서 ‘화웨이 메이트60 프로(Mate 60 Pro)’ 모델의 예약 판매를 전격 시작했다. 정확한 출시일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9월 12일 전후로 추정된다. 화웨이는 이번 신제품 출시를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는 “사전 유출이나 마케팅 하나 없이 예약판매에 돌입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화웨이가 지난 29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화웨이 메이트60 프로'./화웨이 온라인몰 캡처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P’와 ‘메이트’ 두 가지 라인으로 나뉜다. 매년 3월엔 P 시리즈를, 9월엔 메이트 시리즈를 출시하는 식이다. 그러나 2019년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미국 수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일정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5G용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거나 공급받을 수 없게 됐고,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2021년엔 P50 출시가 4개월 가까이 늦춰졌고, 2022년엔 아예 신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메이트60의 전작인 메이트50 역시 2021년을 건너뛰고 2022년 9월에서야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은 급격히 추락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0년 1억9000만대에 달했지만 2021년엔 3500만대로 82% 급감했다. 한때 세계에서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달렸지만 이후 9위까지 하락했다. 그러다 올해 3월 4G 모델인 P60을 공개하며 이전의 사이클로 복귀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분기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해 스마트폰 제조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은 13%로 5위까지 올라섰다.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는 4000만대에 달한다.

이번에 출시되는 메이트60 프로에는 12GB 램에 512GB 내장메모리가 탑재됐고, 가격은 6999위안(약 127만원)이다. 메이트50에서 선보였던 위성통신 기능이 이번에도 포함됐다. 위성통신은 전파가 약하거나 기지국이 아예 없는 곳에서도 통화나 메시지 전송이 가능한 기술이다. 다만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5G 지원 여부와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정확한 제품명은 명시되지 않았다. 화웨이는 기린 AP를 자체 개발했지만, 미국 제재로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화웨이는 메이트60 프로를 무기로 애플과 정면 대결에 나선다. 애플 역시 9월 12일(미국 현지시각) ‘아이폰15′를 출시한다. 이미 화웨이는 5000위안(약 90만원) 이상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애플을 라이벌로 공개 지목한 바 있다. 허강 화웨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3월  “P40, 메이트40까지 화웨이는 하이엔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많은 제재로 인해 자리를 내줬다”며 “화웨이가 새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애플의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고,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화웨이만이 애플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 차이나의 궈톈샹 수석 분석가는 “화웨이는 수년간 이어진 외부 제재를 대부분 극복해 냈다”며 “제품 자체에 큰 문제가 없는 한 올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펑파이 신문은 “화웨이가 스마트폰이 시장 선두로 복귀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화웨이와 애플 중 누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아직 5G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여기에 버전 4.0으로 업그레이드된 자체 운영체제(OS)인 ‘하모니’는 안드로이드, iOS 등에 비해 개선의 여지가 많고 시장 점유율도 낮다는 점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