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닝너스다이)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CATL의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며 목표 주가를 크게 낮춘 여파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CATL에 대해 “초기에 기세 좋게 일어났다가 마지막에 흐지부지 될까 염려스럽다”고 언급한 가운데 중국 증권가는 일단 CATL에 대한 시장 다독이기에 나섰다.

8일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CATL은 지난 7일 장중 한때 전일 대비 7% 가까이 급락한 204.45위안을 기록하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낙폭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5.46% 떨어진 207.3위안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9114억위안(약 166조4000억원)으로, 하루 만에 526억위안(약 9조6000억원)이 빠졌다. 시가총액이 1조1236억위안(약 205조1000억원)에 달했던 지난 2월과 비교하면 2122억위안(약 38조700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이날 오후 2시 15분(현지시각) 기준 CATL 주가는 전일 대비 0.23% 소폭 회복한 207.77위안을 나타내고 있다.

CATL은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올해 1~4월 누적 기준 35.9%를 점유하고 있다. 2위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14.1%)과 비교하면 압도적 1위다. CATL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890억위안(약 1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558% 급증한 98억위안(약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의 CATL./CATL 제공

◇ 모건스탠리 “CATL, 북미 수출 불가능… 저가 경쟁에 수익성도 둔화”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각) 모건스탠리가 CATL의 목표주가를 기존 214위안에서 180위안으로 16%가량 내리자 이것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CATL에 대한 증권가 평균 목표주가가 325.51위안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모건스탠리는 50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CATL이 북미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수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북미산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 중인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원산지가 중국 등 미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곳일 경우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전기차 기업 입장에선 CATL 등 중국 배터리를 쓰면 경쟁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테슬라는 현재 미국에서 모델Y와 모델3의 일부 차종에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 차종들은 배터리가 중국에서 생산됐다는 이유로 IRA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잠재적인 지정학적, 국가 안보 위험은 중국 배터리 제조기업의 글로벌 확장 계획을 지연시키고, (경쟁 상대인) 한국 기업들의 확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CATL은 완성차 기업 포드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미 정치권에서 “중국 회사가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됐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어 완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CATL의 수익성도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CATL이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저가 전략을 사용했는데, 이로 인해 마진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모건스탠리는 CATL의 배터리 생산 능력이 과잉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경쟁 과열로 인해 가격 인하 부담이 점점 커지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CATL은 ‘리튬 수익 환원’을 실시하며 경쟁 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다. 전기차 기업이 3년간 전체 배터리의 80%를 CATL에서 구매하는 조건으로 배터리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 원가를 시가의 절반만 반영, 배터리 가격을 큰 폭으로 할인해주는 전략이다.

◇ 中 증권가 “우려 과도… CATL 점유율 올해 더 확대될 것”

CATL의 급격한 성장세에 대한 우려는 이전에 시 주석이 직접 표명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한 회의에서 쩡위친 CATL 회장을 만나 “갑자기 CATL이 튀어나오더니 크게 성장했는데,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서도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된다. 기쁜 이유는 우리 산업이 전 세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우려는 초기에 기세 좋게, 시끌벅적하게 일어났다가 마지막에 흐지부지되는 게 염려스럽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당장 CATL에 대한 모건스탠리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것이 중국 증권가의 시각이다. 소후증권의 쩡두훙 대표는 “우리는 모건스탠리의 CATL에 대한 수익 예측이 상당히 낮다고 보고, 464억위안의 수익 추정치를 유지한다”며 “CATL은 전 세계 테슬라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40%를 공급한다. 올해 CATL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안정적인 수준의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가 미국 회사인 만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보다 강해져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도 있다. 티엔펑증권의 쑨샤오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2020년, 2021년에도 모건스탠리는 CATL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 ‘각자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모건스탠리는 미국 회사인 만큼 현재 시점에 공개된 보고서가 미국의 태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실제로는 관련이 없다. 이 보고서는 현재 시점을 겨냥한 것이 아닌, 수개월에 걸쳐 준비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