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융합 연구장치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갑부들이 핵융합 분야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인 샘 올트먼을 비롯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티엘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 ▲세일즈포스 창업자 겸 CEO 마크 베니오프 등이 태양 등에 동력을 공급하는 원리를 활용해 무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핵융합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올트먼의 경우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에 3억7500만 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핵융합은 오랫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청정에너지로 인식돼 왔으며, 그 외에도 강력한 자석과 방사선 암 치료 등을 위해서도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핵융합이 실리콘밸리 부호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21년 8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서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순(純)생산 하는 핵융합 반응이 거의 성공단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어 지난해 12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있는 핵융합연구시설(NIF)의 연구팀이 핵융합 ‘점화’(ignition)를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한 핵융합로 건설이 수년 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투자에 나섰다. 핵융합산업협회(FIA)의 조사 결과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 이상의 민간자금이 핵융합 분야에 투자됐으며, 이 중 7개 사는 최소 2억 달러(약 2660억 원)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특히 이같이 조달된 자금의 75% 이상은 지난 2021년 이후 이뤄졌다고 미국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인 피치북이 전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한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에 투자한 세일즈포스의 베니오프는 핵융합에 대해 “엄청난 꿈이며 성배(聖杯)이자 신화적인 유니콘”이라며 “작동만 할 수 있게 만들면 한계가 없다”고 평가했다.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는 소형 발전소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니오프는 이 투자가 역사적으로 학계와 국립연구소의 전유물이었던 민간 핵융합 분야의 초기 투자자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창업자 비노드 코슬라의 소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융합을 실제로 구현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기술 개발과 병행해 다른 제품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과학적 혁신뿐 아니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베이조스와 함께 캐나다의 제너럴 퓨전에 투자한 헤지펀드 세그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업자 애덤 로드먼은 핵융합과 별개로 (개발과정에서 얻게 되는) 지적재산도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