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등이 지난해 12월부터 배럴당 60달러 이상에 거래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막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상한선을 넘는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G7 국가 중 하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각) “미국의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이 가격 상한선보다 높은 가격으로 러시아 원유를 구매했다”며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지원하는 것을 주저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G7 국가 중 일본만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악수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 올해 1~2월 러시아산 원유 74만8000배럴을 69억엔에 사들였다. 이를 배럴 단위로 환산하면 배럴당 약 69.5달러에 해당한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인 60달러를 넘어선 가격이다.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기 전 미국으로부터 양해받았다. 하지만 WSJ은 “일본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은 미미하고 미국의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단합된 노력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일본은 또 지난 1년 동안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량을 늘렸다. 일본이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구입한 액화천연가스(LNG)는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일본이 수입한 LNG 대부분은 러시아의 극동 에너지 개발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것으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LNG의 약 60%를 일본이 수입한다.

WSJ는 “독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기 전에 천연가스 수입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수입 구조를 빠르게 바꿔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고도 살아남았다”며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됐지만, 예상을 깨고 일본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일본을 우회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