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등이 지난해 12월부터 배럴당 60달러 이상에 거래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막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상한선을 넘는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G7 국가 중 하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각) “미국의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이 가격 상한선보다 높은 가격으로 러시아 원유를 구매했다”며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지원하는 것을 주저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G7 국가 중 일본만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올해 1~2월 러시아산 원유 74만8000배럴을 69억엔에 사들였다. 이를 배럴 단위로 환산하면 배럴당 약 69.5달러에 해당한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인 60달러를 넘어선 가격이다.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기 전 미국으로부터 양해받았다. 하지만 WSJ은 “일본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은 미미하고 미국의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단합된 노력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일본은 또 지난 1년 동안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량을 늘렸다. 일본이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구입한 액화천연가스(LNG)는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일본이 수입한 LNG 대부분은 러시아의 극동 에너지 개발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것으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LNG의 약 60%를 일본이 수입한다.
WSJ는 “독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기 전에 천연가스 수입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수입 구조를 빠르게 바꿔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고도 살아남았다”며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됐지만, 예상을 깨고 일본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일본을 우회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