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 장비 투자 지출에서 한국이 중국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기술·장비 규제에 동참하는 등 중국이 반도체 장비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용인 SK하이닉스 차세대 반도체 공장 부지 전경.

블룸버그는 이날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최신 자료를 인용, 내년 한국의 반도체 장비 투자 지출은 올해보다 41.5% 증가한 210억 달러(약 27조3000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기술 수출 규제 여파로 2% 증가한 166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한국은 이제 반도체 생산 기지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땅을 찾고 있다”며 “삼성은 미국을 중심으로 더 많은 파운드리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본거지인 대만은 올해보다 4.2% 늘어난 249억달러(약 32조3500억원)로 반도체 장비 투자에서 선두를 유지할 것으로 SEMI는 전망했다.

미국 장비업체들도 중국에 대한 제재로 인해 올해 수십억달러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수출을 금지했다. 현재 대중 수출 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미 반도체 제조장비는 총 17개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통제하고 있는 장비까지 합치면 규모는 2배로 늘어난다.

현재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1위, 네덜란드 ASML이 2위,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SEMI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지출은 전년대비 22% 줄어든 뒤 내년엔 21% 증가해 총 920억달러(약 119조68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