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중국 반도체 생산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경기 침체에 따라 줄어든 수요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데다, 미국의 강력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까지 겹쳐 중국 반도체 산업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연일 기술자립을 강조하며 반도체 산업 전열 재정비에 착수했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집적회로(IC·반도체) 생산량은 총 443억개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지난해 12월(-7.1%)보다 감소폭이 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1~12월 전체를 보면, 3242억개 생산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6% 줄었는데, 올해 1~2월 감소폭은 이 역시 뛰어넘었다. 중국은 춘제(설 연휴)를 감안해 1~2월 수치를 함께 묶어 발표한다.

지난 2018년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양스닝(오른쪽) YMTC 최고경영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반도체 생산량이 급감세로 출발한 데 대해 "경제 역풍과 미국의 무역 제재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의 생산 능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반도체 전방산업인 마이크로컴퓨터와 스마트폰의 1~2월 생산량은 소비 부진으로 인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9%, 14.1% 줄어든 4604만대, 1억3447만대에 그쳤다.

미국은 연일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르면 4월 새로운 반도체 수출 통제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새 규제는 수출을 위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도체 장비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 수출을 위해 허가받아야 하는 반도체 장비는 약 17종인데, 미국이 네덜란드·일본과 삼각 공조에 나서는 만큼 수출 규제 품목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반도체 산업은 직접 생산 뿐만 아니라 수입까지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중국의 관세청 격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1~2월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 제품 수는 675억8000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급감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하기도 했다. 미국이 최근 들어 최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노후 반도체 품목까지 대중 수출 금지 압박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중국 기업들의 구매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 시작을 계기로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대기금)의 신임 총재를 선임하며 전열 재정비에 돌입했다. 대기금은 중국 재정부가 일부 금액을 출자하고 주요 국유기업들의 자금으로 조성한 반도체 산업 육성 투자펀드로, 2014년 1387억위안(약 26조3821억원), 2019년 2042억위안(약 38조8409억원) 규모로 각각 조성됐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SMIC,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인 YMTC 등이 대기금의 수혜를 받았다.

시 주석도 국가의 모든 역량을 '기술자립'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시 주석은 지난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1차회의 폐막식 연설을 통해 "지금부터 금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당과 전국 인민의 중심 임무"라며 "과학기술 자립·자강 능력을 제고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원은 당 기구인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신설될 것이라며 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집중통일영도'가 강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집중통일영도는 시 주석 중심으로의 결정 권한 집중을 의미하는 용어로, 그동안 국무원에서 총괄하던 과학기술 분야를 시 주석이 직접 챙기겠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