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을 촉발한 18억 달러 규모의 채권 손실과 관련해 세계 최고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해당 채권을 매입했다고 1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SVB는 지난 8일 골드만삭스에 채권 포트폴리오를 매각했다. 해당 채권 포트폴리오의 장부 가치는 239억7000만 달러였지만, 골드만삭스는 214억5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SVB는 매각 가격에 대해 ‘협상된 가격’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SVB는 “해당 채권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미국 국채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로고. / 로이터

SVB는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은행으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보유 예금과 자산이 늘었다. SVB를 이를 비교적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가라앉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자 고객들이 예금을 찾기 시작했다. SVB는 돌려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매각해야 했으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은 떨어진 상태였다. 결국 SVB는 싼값에 국채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하며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당시 SVB는 “18억 달러의 세후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210억 달러에 달하는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SVB는 자산 매각으로 입은 손실로 인해 줄어든 자산 감소분을 채우려고 22억5000만달러 규모로 증자를 단행하고 벤처캐피털인 제너럴애틀랜틱(GA)으로부터 5억달러를 투자받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SVB 재정 건전성에 우려를 표시한 고객들이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에 나섰고, 9일 하루에만 420억 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결국 SVB이 보유한 현금은 마이너스 9억5800만 달러에 불과해졌고, 불과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 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법인을 세워 SVB의 보험을 포함한 모든 예금을 13일 이전했다. FDIC는 또 SVB 매각을 담당하면서 당분간 SVB 운영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