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석탄의 역할 확대를 예고했다. 중국은 청정 에너지 국가로 거듭나겠다며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사용을 늘려왔다. 그러나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안보 위기가 확대되자, 값이 저렴하면서도 공급이 풍부한 석탄의 필요성을 외면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6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1차 회의 개막식의 업무보고에서 석탄 생산과 이용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리 총리는 “작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고, 국내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석탄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정책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역시 이날 ‘2023년 국가경제 및 사회개발 계획 초안’ 보고서를 통해 “석탄의 기본 지원 역할을 강화하고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선진 석탄 생산을 늘리기 위해 질서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식 광산을 건설하고, 석탄 운송 능력 보장, 전력 생산 및 공급 능력 개선 등의 계획이 함께 담겼다.

리커창 중국 총리./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석탄 채굴국인 중국은 지난 2020년 ‘쌍탄(雙炭) 목표’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사용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러나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등은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 문제로 인해 주력 전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여름 쓰촨성 등 남서부 지역은 가뭄과 폭염으로 수력 발전량이 급감해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작년 중국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45억톤(t)의 석탄을 생산,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작년 말까지 중국의 석탄 화력 발전 설비 용량은 약 11억2000만㎾(킬로와트)로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의 43.8%에 달했다. 작년 중국 정부가 승인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허가 규모도 106GW(기가와트)로, 전년(23GW)의 4.6배로 불어났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는 에너지 공급을 강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석탄 발전에 의존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중국이 ‘청정 에너지 국가’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석탄의 역할 강화를 예고하면서도 올해 대규모 풍력·태양광 프로젝트의 건설을 시작하고, 차기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청정 에너지로 세계를 선도하면서도 점점 더 많은 석탄을 태우고 있다”며 “이 조치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는 중국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청정 에너지에 다른 어떤 국가보다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전력 보장을 위해 화석 연료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