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위기에 빠진 독일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처음 공급받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독일 빌헬름스하펜에 있는 LNG 터미널.

독일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이 문제가 되면서, 미국과 중동에서 LNG를 수입해 러시아산 에너지에서 독립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의 항구 도시 빌헬름스하펜에 미국산 LNG를 실은 가스 수송선 ‘마리아 에너지’가 도착했다. 독일이 미국에서 들여온 첫 번째 LNG 물량이다.

이 수송선에 실린 LNG의 양은 17만㎥로, 기체 상태로 변환(재기화)하면 총 9714만㎥로 늘어난다. LNG를 수입한 독일 에너지 기업 유니퍼는 “독일 내 5만 가구가 약 1년 동안 쓸 분량”이라며 “이달 중순부터 빌헬름스하펜의 이동식 LNG 터미널 설비로 독일 각지에 공급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독일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전체 가스 수요의 55%, 전체 에너지 수요의 27%에 달했다. 독일은 앞으로 미국과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LNG 수입량을 꾸준히 늘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25억유로(약 3조4000억원)를 투입, LNG 수입 터미널을 모두 네 곳 만들기로 했다. 빌헬름스하펜의 LNG 터미널은 이 중 첫째로, 지난해 12월 개장했다. 앞으로 독일 가스 수요의 약 8.5%가 이곳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독일은 이미 10년 전부터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위해 LNG 수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비해 수입 단가가 40~50%가량 비싸고, 운송된 LNG를 재기화할 대규모 설비 투자도 해야 하는 등 채산성이 낮아 계속 미뤄져 왔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이는 독일 정부가 에너지 산업 정책을 사실상 민간에 맡겨 놓으면서 벌어진 문제”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취약성이 드러난 뒤에야 정부가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