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혁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이 내년부터 대대적인 증산에 나설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시장에서 사라진 러시아산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미국 텍사스주의 석유생산시설.

이와 관련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21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에 출연해 내년 석유 생산 목표를 일평균 1270만 배럴로 제시하면서 원유 생산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하루 1220만 배럴을 생산했던 2019년의 최고치보다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현재 하루 1200만 배럴 미만을 생산하고 있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 석유 거래를 중단하며 경제 제재를 가했다. 시장에서는 러시아 석유가 빠지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증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 10개국이 참여하는 ‘OPEC+’는 지난 3일 발표에서 다음달에 석유를 일평균 10만배럴 증산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과 8월의 증산량의 15%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우디가 우크라 사태에 따른 고유가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랜홈은 증산 계획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했을 때 국제 석유시장에서 수백만 배럴이 사라졌다”며 “석유는 세계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우리는 줄어든 연료의 양을 다시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유소 가솔린 평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기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며 평균 3.90달러까지 내려간 상태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일일 100만배럴씩, 총 1억8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는 9~10월에 2000만배럴의 SPR을 추가 방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랜홈은 “하루에 100만배럴씩 SPR을 방출하는 조치는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가장 큰 도구”라며 “그래서 바이든 정부가 방출량 확대와 동시에 생산 확대를 촉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에너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및 석유 부산물을 포함한 미국의 산유량은 일평균 1120만배럴로 세계 1위였다. 이 기간 미국산 원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4.4%였다. 2위는 일평균 1050만배럴을 생산한 러시아(점유율 13.4%)였고, 일평균 940만배럴(점유율 12.1%)을 생산한 사우디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