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 후 서명한 펜을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선물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16일(현지 시각)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 연설에서 “국가는 변화될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법은 내일에 대한 것이며, 미국 가정에 진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여전히 미국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과 미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4400억 달러 규모의 정책 집행과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으로 구성된 총 7400억 달러(910조원) 규모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더 나은 재건 법안’이란 명칭으로 추진했던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지출 예산이 좌절되자 사실상 축소된 패키지로 부활한 것이지만, 기후변화와 의료보장에 대해 획기적인 투자가 기대된다.

우선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로 감축하기 위해 3750억 달러를 투입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 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고,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만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한국산(産) 전기차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돼, 한국산 전기차에 불리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만약 보조금 혜택에서 한국산 전기차가 빠질 경우 기존 전기차의 판매량 저하는 물론 내년에 아이오닉6와 EV9 등 신규 라인업 투입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의료보장 확충 측면에서는 노인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제약 회사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할 수 있게 해 10년간 288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도록 했다. 의료보험 가입 확대를 위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제공한 보조금을 3년 연장하는 안 역시 포함됐다.

예산 투입에 필요한 재원은 대기업 증세와 징수 강화를 통해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15%의 최저실효세율을 적용해 10년간 2580억 달러의 법인세를 더 걷는 내용 등이 골자다.

이 법의 통과에는 ‘민주당 내 공화당’으로 통하는 조 맨친 상원의원의 찬성이 결정적이었기에 서명 행사에도 맨친 의원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에게 “난 절대로 의심하지 않았다”고 덕담을 했고, 서명한 펜을 그에게 기념품으로 건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