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전경. ⓒ News1 김기태 기자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 하락에 맞서 금리 인상 대신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 태국 등 아시아 3개국의 외환보유고만 해도 올해 들어 약 1150억 달러(약 150조4000억원)가량이 줄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똑같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 경기침체 위험을 안기보다, 비교적 완만하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경기 침체 없이 물가가 잡히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4386억1000만 달러(약 573조7000억원)로 6월 대비로는 3억3000만 달러 증가했지만, 지난해 말보다는 245억1000만 달러(약 32조원) 감소했다고 한국은행이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지만,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이에 원화 가치는 연초 대비 9% 넘게 떨어져 지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치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인도의 외환보유고도 올 들어서만 약 620억 달러(약 81조원) 줄어들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5일까지 석 달간 기준금리를 1.4%포인트 올렸지만, 미국이 2.25%포인트 올린 것과 비교해서는 속도가 느리다. 결국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가치도 연초 대비 6% 정도 떨어졌다.

태국은 금리 인상 없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올해 들어 외환보유고가 280억 달러(약 36조6000억원) 줄었다. 바트화의 가치 역시 달러 대비로 8%대 정도 하락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다소 특이한 케이스다. 중국은 오히려 부동산발(發) 경기침체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외환보유고도 1790억 달러(약 234조1000억원) 감소했다.

싱가포르 메이뱅크의 추아 학 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저금리에 따른 자본 유입 시기에 많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축적했다"면서 "이제 환율 안정을 위해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인도·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날 바르마도 "금리 인상이 항상 통화가치 방어에 효과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래서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 하락을 일부 용인하면서 외환보유고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