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유동성 공급에 따라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미국의 투자은행(IB) 업계가 거래가 끊기며 침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각) 미국 IB업계에서 올 하반기까지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을 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팬데믹 기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부양책은 코로나19 초기 주저앉았던 자본시장의 빠른 회복과 고객·비즈니스 운영 방식의 변화를 촉발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이 다수 상장되고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등 미국 IB업계도 활황세로 돌아서며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IB업계의 양대 기업이라 할 수 있는 골드만삭스와 모건 스탠리의 이익은 기록적인 성과를 올렸다. 딜로직(Dealogic)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인수합병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록적인 1조5600억 달러를 포함해 6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주요 IB업체들은 직원들을 충원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불하기도 했다.

유례없는 호황 속에서도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솔로몬은 지난해 2월 “실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최근 M&A 거래 성사 속도가 느려진 데다 반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지배적이다.

IB업계 양대 기업들의 지난 1분기 수익은 골드만삭스가 36%, 모건 스탠리가 37% 감소했으며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남은 기간까지 비슷한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앤드류 모튼(Andrew Morton) CEO는 지난달 2분기 씨티은행의 수익이 50~5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더 비관적이다.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월가(街)는 지난 1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올해 통합 수익을 약 2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약 170억 달러로 예측을 하향 조정했다.

물론 올해 상반기 글로벌 M&A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역사적 기준으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머크가 씨젠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고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트위터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시장 흐름은 휴면 상태에 가깝다. 미국 기업공개(IPO)의 총가치는 지난 2분기에 40억 달러 미만으로 2021년 1분기 최고치보다 97% 감소했다.

WSJ는 시장이 식은 이유로 우선 인플레이션 등 경제전망에 불확실성이 많은 점을 꼽았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계속 높아져 40여 년만의 최악 수준에 달했다. 이에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지난 199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인상했으며, 올여름에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IB업계는 당장의 금리 인상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S&P 500은 2022년 상반기에 21% 하락했지만 국채 수익률과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고, 단기 경기 전망으로 해석되는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6월 거의 10년 만의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폭락으로 IPO 진행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월그린부츠 얼라이언스(Wallgreens boots Alliance)는 자금 조달 문제로 입찰가가 낮아졌다며 부츠와 미용 사업 매각을 중단했다. 콜(Kohl) 역시 금융시장 상황을 이유로 프랜차이즈 그룹과의 협상을 취소했다.

에버코어 ISI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IB시장은 CEO의 자신감이 강력한 추동력이지만, (시장 상황 때문에) 이러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며 “또 변동성 속에 약세를 보이는 자본 시장도 거래 성사에 또 다른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매자는 어제의 가격을 원하고, 구매자는 오늘의 가격을 원하기 때문에 두 가격을 조율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