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7개 주요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 보도했다.

한국은행 본부.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는 지난 분기 7개국 시장에서 400억 달러(약 51조 9000억 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자본 유출이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한국과 대만 및 에너지를 수입하는 인도에서 가장 가파른 매도세를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워졌고, 이에 투자자들이 고위험 시장에서 손을 떼면서 이들 국가에서 자본 유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봉쇄 후유증에서 채 회복하기도 전에 미국의 경기침체, 유럽과 중국의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마크 매튜스 뱅크 줄리어스 베어 아시아태평양 담당 연구실장은 블룸버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들 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에는 엔화 약세도 자본 유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투자업체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캘빈 장 펀드매니저는 “대만과 한국의 수출상품이 비슷한 점을 감안할 때 엔화 약세가 경제와 주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