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면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항공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지난 2년간 긴축 재정에 돌입하며 인력을 대거 감축한 상황인데, 새로 채용을 마치기도 전에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항공편이 무더기 취소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이다.

20알(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항공산업이 내년에 곧바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연례총회에서 파산이 전망되던 대부분의 항공사들의 상황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실적이나 그 이상을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객이 북적이는 인천공항. /뉴스1

다만 총장은 항공사들이 수요부족에서 벗어난 이후로 심각한 노동인력 부족과 운임비 상승 등에 직면해있음을 우려했다. 최근 미국을 필두로 세계 곳곳에서는 항공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항공편 취소나 지연 사태 등이 빚어지고 있다. 여행 애플리케이션 호퍼에 따르면 올해 6월 미국 항공 승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는데,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25% 증가한 수치다.

미 교통안전청(TSA)도 공휴일인 노예해방일(준틴스 데이)을 앞둔 이달 17일, 200만 명이 넘는 승객이 공항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는 앞선 여행 성수기인 ‘메모리얼 데이’(미국의 현충일·5월 30일) 때보다 10만 명 더 늘어난 규모라고 TSA는 설명했다.

이처럼 관광 수요가 급증한 것은 유럽과 호주 등 주요 관광지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풀고 국경을 다시 연 점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에 비해 항공업계의 인력은 수요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항공업계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여행 수요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나머지, 시니어 조종사나 승무원에게 조기 퇴직을 독려하는 등 대규모 직원 감축을 단행했다. 공항 등도 지난 2년간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해왔다.

항공사와 공항은 수개월 전부터 바쁘게 인력 확보에 나섰지만 다른 직종으로 전업한 직원이 많아 단기간에 인력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지역 항공사인 피드몬드와 엔보이는 2024년 8월까지 조종사에게 한시적으로 임금을 50% 올려준다고 했으며 아메리칸항공은 주요 노선을 비행하는 조종사 1만4000명의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래스카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올해 초 비행 훈련 학교를 연 데 이어 조종사 지망자를 위해 재정도 지원한다.

CNN 방송은 지난 17일 미국에서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9천 건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미국 델타 항공은 19일에만 248건의 항공편을 취소했으며 유나이티드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도 각각 90건과 96건을 취소했다. 미국 외에도 영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인 이지젯이 이달 30일까지 3개월간 운항 편수를 코로나19 이전의 87%로, 9월까지 4분기 동안에는 90%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은 전국적인 파업으로 인해 20일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했다.

업계에서는 항공업계의 구인난이 내년을 넘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아크바르 알바케르 카타르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공항의 인력 부족 문제가 앞으로 몇 달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 항공 최고 경영자는 “조종사 인력 부족 문제는 현실이며, 항공사 대부분은 조종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항공편을 제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최소한 5년 동안 그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