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세계 각국이 취한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가 50건을 넘었다. 특히 이 중 80%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식량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이 내린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가 5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치 내용을 살펴보면 수출금지 42건, 수출허가제 10건, 관세 5건 등이고 이들 조치를 내린 국가는 총 34곳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부 40여Km에 있는 광활한 평야에서 파종된 밀이 자라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된 조치는 78.9%인 45건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소맥이 18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대두유(10건), 팜유(7건), 옥수수(6건) 등의 순이었다. 세계 각국의 식량 수출제한 조치로 식량 가격이 급등해 국내 식품업계와 소비자의 부담도 커졌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협은 “현재 세계 식량 안보는 수출제한 조치로 2007~2008년 세계 식량 가격 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때보다 리스크(위험)가 더 큰 상황”이라며 “지난달 27일 기준 수출제한 조치로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는 세계 전체 수출량의 16.9%”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2007~2008년 세계 식량 가격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수출제한 조치에 의해 영향을 받았던 식량·비료 비중에 비해 50~150% 이상 높은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수출제한 조치가 36건임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수출 제한조치 영향을 받는 식량·비료 비중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로 식량을 수입해 이를 가공·소비하는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였다.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수출제한 조치 시행 국가에서 수입하는 식량은 전체 수입량의 11.6%(칼로리 기준)지만 수출 제한에 따른 전반적인 국제가격 상승은 수입 가격 및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협이 주요국의 식량 및 비료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출제한 조치 이후 비료와 곡물, 유지 가격이 각각 80%, 45%, 30% 상승했다.

이는 국내 사료(13.6%), 가공 식료품(6.1%), 육류 및 낙농품(6.0%)의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곡물·식량작물(3.9%), 채소·과실(3.2%) 등의 농산물도 영향을 받았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식량 공급망 교란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식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를 구축해 사전에 위험 품목을 파악하고 수입 대체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해외 농업개발을 확대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