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대부분 내년 상반기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 시각) CNBC방송에 따르면 ‘CNBC CFO 카운슬’에 소속된 주요 기업 CFO 2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한 2분기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7%가 2023년 상반기 중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호경기를 뜻하는 뉴욕 증권거래소의 황소 동상. /조선DB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답한 CFO는 한 명도 없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와중에 나왔다.

세계은행(WB)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2%포인트 내린 2.9%로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위험이 상당하다”고 밝혔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등의 이유로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1.5%포인트 하향조정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전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향후 2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공개된 CNBC 설문조사에서 대기업 CFO의 40% 이상은 가장 큰 외부 리스크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연준의 통화정책’이라고 답한 CFO는 2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답한 CFO는 14%로 각각 집계됐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3만 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응답은 77%에 달했다. 다우 지수가 현 수준에서 18%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향후 6개월간 증시에서 가장 성장할 섹터로는 응답자의 55%가 ‘에너지’라고 답했다.

다만 이같은 다소 어두운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향후 고용과 지출을 줄이지 않겠다는 기업들이 더 많았다. 앞으로 1년간 지출을 늘리겠다는 CFO가 36%로 지출을 줄이겠다는 CFO(18%)의 2배에 이르렀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는 향후 1년간 고용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인력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18%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