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엔화 가치가 급락해 20년 만의 최저 수준을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 대다수가 엔저 현상이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닛케이아시아와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들이 9일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에 이어 달러당 134엔대를 이어 갔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약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월만 해도 달러당 113엔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무려 20엔 정도 급등한 것. 그만큼 엔화 가치가 추락했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산을 달러 대비 엔화 약세의 원인으로는 보는 의견이 많다. 물가 급등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일본은 금융완화를 지속하고 있어, 양국 간 금리 차가 계속 확대되는 것이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
전통적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도요타 등 일본 수출 대기업의 이익이 급증하기 때문에 경제에 호재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현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엔저까지 겹쳐 수입 가격이 크게 증가해, 기업 실적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면서 '엔저(円低)는 일본 경제에 호재'라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일본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는 지난달 23일~이달 1일 회원사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급격한 엔저 현상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엔저의 영향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응답은 총 73.7%에 달한 반면 '플러스'라는 응답은 20.1%에 그쳤다. 엔저가 자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익이 감소한다'(31.4%)는 응답이 '이익이 증가한다'(25.9%)를 웃돌았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유력 경제・사회 연구소인 다이와소켄(大和総研)은 올해 1~3월의 평균 환율(달러당 116.2엔)에서 10% 더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2022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0.05% 줄이는 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추산했다.
엔저로 인한 수출 증가 및 소득수지 증가는 0.11% 플러스 효과가 있지만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이너스 효과가 0.16%나 된다는 분석이다. 다이와가 전제로 한 10% 약세 진행 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7~128엔 정도인데 현재는 이보다 엔화 가치가 훨씬 더 떨어졌다.
닛케이는 "4월 수입물가지수는 엔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6%나 상승해 계약통화 기준 29.7%를 크게 웃돌았다"며 "임금이 오르지 않은 채 엔저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줄어들어 일본 경제에 더욱 큰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