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부 허난성의 일부 은행에서 예금동결 사태가 빚어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소규모 농촌 은행들이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라는 점에서 위험신호로 보는 의견도 있다.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의 시내 중심가 풍경. /트위터 캡처

SCMP에 따르면 허난성의 위저우신민성 은행, 상카이 우이민 은행, 즈청 황화이 은행, 카이펑신동방은행 등 4곳 은행에서 지난 18일부터 예금이 동결돼 인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주 허난성 성도(省都) 정저우의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 허난 지점 앞에서는 시위대가 모여 “돈을 돌려달라”고 외쳤다.

중국 규제당국은 동결된 액수를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그룹을 만들고 있는 예금자들에 따르면 수백억위안(수조원)에 달한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저개발지역의 농민과 소규모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역할을 하는 농촌 은행들이 경기 침체기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북동부 랴오닝성 출신이라는 한 시위자는 “18일 이후부터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자신과 부모가 예금이 동결된 은행 3곳에 총 86만위안(약 1억6000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 간 중국의 소규모 시골은행은 해당 지역 외에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시중은행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왔다. 4개 은행이 제공한 일반 예금상품은 5년 만기 기준 약 4.1%~4.5%의 금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행의 5년 만기 예금 금리는 2.75%에 그친다.

지난해 규제당국은 현지 대출기관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지역 외 전국에서 예금을 유치해서는 안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부 예금자들은 자신이 예치한 돈이 “은행 예금”이 아니라는 은행측의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익명의 CBIRC 관계자는 중국 경제잡지 카이신에 “일부 지역에 누적된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 통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와 경제변화, 산업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점차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모든 기업과 개인을 위해 국내 은행이 보유한 현지 및 외화 예금을 예금자 1인당 5000만원의 예금자 보호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양화준 CBIRC 허난지부국장이 시위자들에게 “합법적인 예금은 보호될 것”이라고 말한 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