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27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기업 외에 아마존과 메타 등 글로벌 IT기업과 맞먹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기업은 화웨이가 유일하다.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5년간 연구개발(R&D) 투자를 두배로 늘려 221억달러(약 27조6802억원)를 사용했다. 지난해 화웨이의 매출 대비 R&D 투입 비중은 22.4%에 달한다. 이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12.2%)과 아마존(11.9%)의 두 배에 육박하는데, 빅테크를 대표하는 FAANG 중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만 20.9%를 기록하며 화웨이에 근접했다.

중국 IT기업 화웨이의 건물. /연합뉴스

지난해 전 세계에서 R&D 투자에 200억 달러 이상을 사용한 기업은 6개 기업에 불과하며 그 중 하나는 화웨이다. 특히 미국 기업 외 이정도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기업은 화웨이 외에 없었다. 아마존과 알파벳이 각각 560억 달러, 326억 달러를 R&D 투자에 사용하며 1, 2위를 차지했다.

6위를 기록한 화웨이의 R&D 투자규모는 마이크로소프트(222억달러)에 육박했으며 메타(247억달러)보다 약 26억 달러가 작았다. R&D 투입의 성과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는 미국 특허 2770개를 획득하며 IBM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매체는 화웨이의 R&D 투자 증가에 대해 미국 기술을 우회하기 위해 갖은 노력으로 반도체, 통신장비, 스마트폰을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9년 미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가 화웨이의 반도체 주문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 초고강도 제재를 가했다.

미국 제재로 인해 지난해 화웨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6% 감소한 6368억 위안(약 121조원)을 기록하면서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액이 줄었다. 다만 화웨이의 R&D 투입비용은 지난해에도 증가하면서, 매출 대비 비중이 오히려 2020년 15.9%에서 2021년 22.4%로 커졌다.

지난 3월 멍완저우 화웨이 순회회장은 “화웨이의 진정한 가치는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 투자에 의해 축적된 연구개발 능력에 있다”고 말하며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멍완저우 순환회장은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의 딸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혐의로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후 3년간의 가택연금 상태를 끝내고 지난해 9월 중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