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1980년대 연준을 이끌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정평이 난 폴 볼커 전 의장까지 언급하면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과 의지를 강조했다.

21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패널 토론에서3년 3개월만에 기준 금리를 인상했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보다 더 강한 긴축을 시사했다. 그는 “금리 인상을 위해 약간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완화책을 선제적으로 끝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5월 회의에서 50bp가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로이터

파월 의장은 이날 오전 진행된 다른 컨퍼런스에서 1980년대 초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춘 폴 볼커 전 의장을 극찬하기도 했다. 폴 볼커 전 미국 연준 의장은 강력하고 일관된 금리정책을 펼쳐 미국의 경제를 되살렸고, 이를 통해 ‘20세기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독일 출신 경제학자 헨리 카우프만)으로 평가받고 있다.

볼커 전 의장이 연준 의장으로 재임할 1980년대 미국 경제는 매년 10%가 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1%까지 올렸다.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세력의 신변 위협때문에 직접 권총을 차고 다니기까지 했으나, 그는 인상책을 고집했다. 이에 따라 결국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983년 3%대까지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지금의 미국도 역시 볼커 재임 당시와 유사한 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강력한 긴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고용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으며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임금과 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촉발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며 인플레이션에 더 큰 상방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는 “폴커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지속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해했다”며 “이로 인해 폴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싸워야 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을 죽이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불변하는 삶의 진실’이라는 대중의 믿음을 깨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데 이어 다음달에도 인상하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FOMC 2회 연속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외신들은 의장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는 고위급 연준 위원들은 5월 0.5% 금리인상을 위한 길을 터놓는 사전 정지작업을 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 없이 경제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에서 (경제 연착륙이) 간단하거나 쉬울 것이라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매우 힘들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낮추는 것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