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회사 SMIC 로고. /SMIC

중국 반도체 생산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상하이의 도시 봉쇄가 3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주요 반도체 제조사의 생산 차질도 커지고 있다. 이동 제한으로 원자재와 부품,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인 SMIC(중신궈지)를 비롯한 대기업은 정부의 특별 지원 속에 생산 라인을 계속 돌려왔지만, 봉쇄 장기화로 일부는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 봉쇄가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제일재경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신성반도체기술은 상하이 공식 봉쇄 하루 전인 3월 27일부터 제조와 연구개발 부문 핵심 인력 600여 명을 공장에 머물게 하며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상하이 황푸강 동쪽 푸둥의 린강신구에 있는 이 공장은 봉쇄 전엔 1000명 넘는 직원이 교대로 일하며 생산 라인을 돌렸다. 지금은 상하이 시정부가 허용한 폐환(폐쇄식) 관리 조치에 따라, 핵심 인력을 공장에 머물게 하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상하이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푸둥 장장 지역의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기 위해 정부 통제에 따라 폐환 관리를 시행 중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생산 시설과 지정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상당수 제조업체 직원들이 봉쇄 초기 공장 바닥에서 침낭 생활을 하거나 텐트를 치고 잤다. 가동 중단만은 막기 위한 조치다. 반도체 생산 라인은 공정 특성상 잠깐이라도 멈추면 최소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동 중단은 최악의 악재다.

중국 2위 반도체 제조사인 화훙반도체는 6000명 넘는 직원을 장장과 진차오 등 공장 5곳에서 먹이고 재우며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 4교대 체제를 2교대로 바꿨다. SMIC도 특별 수당을 제시하며 가용 인력을 모두 투입했다. SMIC는 봉쇄 초기 “정부 지원으로 생산과 운영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코로나 영향과 대책을 점검했다. /삼성전자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봉쇄 조치는 인력 운용과 공급망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상하이 반도체 회사 다수가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과 맞닿아 있는 창장삼각주(양쯔강 델타)에 있는데,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 봉쇄로 부품과 원자재를 실어나를 트럭 운행에 제약이 크다. 상하이 시정부 지원으로 트럭 운전기사가 상하이 내 운행 통행증을 받더라도, 상하이와 다른 성을 오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성과 도시마다 방역 조치가 달라 화물차 운전기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2월엔 대만 반도체 제조사 UMC 산하 허젠기술이 직원의 코로나 확진으로 장쑤성 쑤저우 반도체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북서부 산시성 시안이 봉쇄됐을 당시 삼성전자도 초기엔 직원들을 공장 기숙사와 지정 호텔에서 지내게 하며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가동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로,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낸드플래시 전 세계 생산량의 10~15%가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봉쇄가 길어지면서 격리 인원이 늘고 교대 근무 인력이 부족해지자 생산 라인 운영을 축소하고 생산량을 줄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