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닝더스다이)의 첫 해외 생산 기지인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 배터리셀 공장. /CATL

중국 주요 산업 도시가 오미크론 변이에 함락되면서, 배터리·반도체·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의 생산 차질이 커지고 있다. 도시 봉쇄로 인한 화물차 운행 제약 등으로 부품을 공급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가장 크다. 대기업은 직원들을 공장에서 지내며 일하게 하는 비상 조치를 취하며 공장을 계속 돌리고 있지만, 중소 부품 공급사들은 이동 제한 조치와 비용 증가, 지방정부 지원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속속 중단하는 실정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寧德時代 닝더스다이)은 9일부터 본사가 있는 동남부 푸젠성 닝더시 공장에서 폐환(폐쇄 고리) 관리를 시행 중이다.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기 위해 직원을 외부 접촉과 차단하는 조치다. 직원들은 셔틀 버스로 회사 기숙사와 공장만 오갈 수 있다. 평소 기숙사에 거주하지 않던 핵심 인력도 생산 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공장 폐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CATL은 11일 “푸젠성 방역 강화에 따라 시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닝더 생산 기지에서 폐환 관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이날 선전증권거래소에서 CATL 주가는 2% 넘게 떨어졌다.

앞서 푸젠성은 오미크론 변이의 또 다른 변이인 오미크론 BA.2의 전파 위험성을 경고했다. 푸젠성은 “오미크론 BA.2 변이는 최초의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강하고 더 쉽게 퍼지며, 잠복성이 높아 검사를 통해 찾아내기도 더 어렵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 회사 SMIC 로고. /SMIC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상하이 SMIC(중신궈지)는 3월 28일 상하이 봉쇄가 시작된 후 계속 폐환 관리를 시행 중이다. 상하이 황푸강 동쪽 푸둥의 공장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은 가동을 잠깐이라도 멈추면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상하이 정부도 반도체 기업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SMIC는 당시 “정부 지원으로 생산과 운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SMIC는 최근 푸둥 린강 시범 자유무역구에 28nm(나노미터) 생산 시설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2위 반도체 제조사인 화훙반도체도 푸둥 봉쇄가 공식 시작되기 전부터 폐환 관리에 돌입했다. 봉쇄 전날인 3월 27일 핵심 인력을 회사 기숙사로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훙반도체는 상하이 진차오와 장장에 8인치 웨이퍼 공장 세 곳을 운영 중이다.

상하이실리콘산업그룹(NSIG)의 린강 공장 직원 400여 명도 지난달 28일부터 공장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 기업 SAIC(상하이자동차)의 린강 생산 기지는 봉쇄 전인 3월 11일부터 폐환 관리를 시작했다. 약 4000명의 직원이 공장에 머물며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상하이 외곽 쑹장 공장도 생산량을 봉쇄 전 수준으로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쑹장 공장은 TSMC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8인치 웨이퍼 생산 시설 6곳 중 하나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로이터 연합

도시 봉쇄 영향으로 생산을 멈추거나 공장 문을 닫은 곳은 더 많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는 지난달 28일부터 공장 가동을 멈췄다. 트럭 운행 차질로 부품을 공급 받지 못하면서다.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의 첫 해외 생산 시설로, 지난해 테슬라 전체 차량 생산량의 절반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상하이 공장에서 만드는 모델3 세단과 모델Y SUV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될뿐 아니라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된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중국 SAIC(상하이자동차)의 상하이 합작 공장도 3월 말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봉쇄 초기엔 공장 직원들이 공장에서 지내며 생산 라인을 돌렸지만, 부품 공급이 끊기자 결국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니오(웨이라이)도 지린성, 상하이, 장쑤성 등 중국 각지 부품 공급사의 생산 중단으로 부품이 없어 차 생산을 중단했다고 9일 밝혔다.

봉쇄 지역의 중소 부품 생산업체들은 상당수가 공장 문을 닫았다. 물류 비용과 인건비 급증으로 생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에게 공장에서 생활하며 계속 근무하게 하는 대가로 2~3배의 급여를 줘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상하이 인근 장쑤성 쿤산시는 이달 2일 전면 봉쇄 후 상당수 반도체·인쇄회로기판(PCB) 회사가 가동 중단 상태다.